해외 라면 수출까지 선방하는 ‘농심’ 해외 외형 확장 ‘오리온’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국내 제과업계 양대 산맥인 농심과 오리온이 각각 호실적을 이어가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하반기 공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양사는 스낵시장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하며, 막바지 경쟁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 현재 농심은 히트작 ‘먹태깡’이 선방하며 점유율 1위에 올라있으며, 오리온도 신제품 출시, 해외시장 확대 등으로 1위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대표 상품 ‘신라면’ 가격 내렸지만, 먹태깡으로 매출 방어 성공

지난 7월 농심은 정부의 압박에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다. 이에 소매점 기준 1000원인 신라면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이 낮아졌는데 2010년 원룟값 하락으로 가격을 인하했던 13년 만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면서 수익률 저하 예상에도 불구 첫 번째로 인하에 나섰던 농심. 소비자가 물가 하락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 라면과 스낵 가격을 과감히 인하해 매출 하락이 우려됐지만, 농심은 예상과 달리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가뿐히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이 대표 상품 가격 인하에도 2분기에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에는 해외시장 영향이 컸다. 농심은 2023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6979억 원, 영업이익 1175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법인이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하는 337억원을 기록해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농심은 이에 그치지 않고 3분기에도 잔칫집 분위기를 이어갔다. 농심이 지난 6월26일 출시한 먹태깡이 대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중고 플랫폼서 웃돈 거래를 하거나 오픈런을 하기도 했다.

먹태깡은 6월 출시 이후 12주 만인 9월17일 기준 600만봉 이상이 판매됐다. 농심은 먹태깡을 애초 부산공장에서만 생산해왔지만,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해 지난 8월부터는 아산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호조에 대해 “국내 라면 시장은 출혈적인 가격 경쟁은 지양하고 제품 중심의 건전한 경쟁으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었다”며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농심에 가장 유리한 변화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3년 7월 ‘신라면’, ‘새우깡’ 출고가가 각각 4.5%, 6.9% 인하된 영향으로 2023년 3분기 전년 기저 부담이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지난 6월, 8월 출시된 ‘먹태깡’, ‘신라면 더 레드’ 등의 신제품 판매 호조로 한국 법인의 내수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7.0%, 수출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20.8% 증가할 전망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농심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로 성장세를 이어가자 오리온도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농심 잡기에 나섰다.

◇ 글로벌 시장 노리는 오리온, 중국·베트남 잡는다

오리온은 지난 8월 2023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 3777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은 7.6%, 영업이익은 6.6% 성장했다. 이 중 한국 법인은 매출액이 16.4% 성장한 5214억 원, 영업이익은 17.5% 성장한 818억원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이에 대해 “차별화된 제품력과 영업력에 기반해 스낵, 파이, 비스킷, 젤리 등 전 카테고리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농심의 먹태깡 공세에도 오리온은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며 해외시장 집중 공략에 나섰다. 특히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올해 상반기 오리온 중국 법인은 매출액이 1.2% 감소한 5616억원, 영업이익은 5.0% 성장한 8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위안화 환율의 영향에 따른 것인데, 판매물량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0.5%, 6.8% 성장했다.

최대 성수기인 춘절 명절이 지난해 대비 열흘가량 빨라짐에 따라 1분기에는 매출액이 소폭 감소했지만, 감자스낵 등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2분기부터 두 자릿수 성장세로 전환했다. 오리온은 “하반기에도 간접영업체제 강화 및 창고형 매장 등 성장채널 영업활동에 주력해 성장세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오리온은 지난 7월 베트남 유음료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12월 더치밀과 업무 협약을 맺고 더치밀 제품의 베트남 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했다.

지난 2021년 기준 베트남 유음료 시장은 7조원 규모다. 베트남 신생아는 한해 150만명 정도이며, 자녀 성장에 관한 관심도 높아 고품질 유음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오리온 베트남 법인 매출액은 2.7% 성장한 2010억원, 영업이익은 9.6% 감소한 300억원을 기록했다. 뗏 명절 시점 차이와 내수 소비 둔화 속에서도 쌀과자, 붐젤리(마이구미) 등 경쟁력 있는 신제품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매출 성장을 이어갔지만 쌀, 감자플레이크, 젤라틴 등 주요 원재료비 부담이 지속되며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오리온은 하반기에는 파이, 비스킷 등 기존 제품의 판매 확대와 유음료 시장 진출 등을 통해 매출과 이익 성장에 주력하는 한편, 호치민과 하노이 공장의 증축, 증설을 추진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해외 시장에 집중하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을 굳히기 위해 하반기에는 포카칩 MAX, 꼬북칩 매콤한 맛을 비롯해, 닥터유와 마켓오네이처 브랜드 등 경쟁력 높은 신제품을 출시해 고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외 법인 현지 통화의 평가절하 영향에도 불구하고, 주요 4개국에서 판매량 중심의 외형 성장이 지속되면서, 전사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사 영업이익률도 판매량 고성장, 한국 법인 가격 인상, 포장재 단가 하향 안정화 등에 힘입어, 당사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농심과 오리온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머지 제조사인 해태, 롯데웰푸드 등도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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