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아쉽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의 2022 항저우 아시아시안게임 여정이 막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대회 여자 축구 8강에서 북한에 1-4로 완패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5위 이후 25년 만에 8강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벨 감독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피할 수 없는 시험대였다. 벨호는 지난달 막을 내린 여자월드컵에서 1무2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9년부터 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4년간 차근차근 월드컵을 준비해왔던 터라 ‘1승’조차 챙기지 못한 현실은 더 크게 다가왔다.

이 과정에서 벨 감독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한국이 고비를 넘지 못할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조별리그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실패’를 단정 짓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로 부임 후 스스로 인지한 대표팀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아시안게임의 ‘결과’가 중요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조별리그서 미얀마(3-0 승)와 필리핀(5-1 승), 홍콩(5-0 승)을 잡고 3전 전승을 거뒀다. 조 1위로 8강에 올랐는데,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이후 6년 만에 만난 북한의 벽에 가로막혔다.

당초 쉽지 않을 것이라곤 예상했다. 역대 상대 전적은1승3무16패였다.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1-0 승리를 거둔 뒤 13경기(2무11패)에서 승리가 없었다. 이에 벨 감독은 북한 공격수 김경영을 막기 위해 박은선 카드를 꺼내며 맞섰지만 또 다른 변수를 맞이했다. 전반 41분 손화연(현대제철)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처했다. 결국 대표팀은 후반에 내리 3골을 내주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물론 석연치 않은 판정에 따른 아쉬움은 있다. 손화연은 공만 보고 달렸다. 상대 골키퍼에게 우위 점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충격을 가한 의도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경기 후 벨 감독은 “이 장면이 옐로카드라는 데 이견이 있다. 이런 심판이 훌륭한 심판일까에 대해 의문”이라며 격노하면서 “훌륭한 경기가 될 수 있었지만 심판이 이를 망쳤다. 심판이 경기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다만 8강의 ‘억울한 심판 판정’에 4년간 벨 감독과 함께하며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대표팀의 현실이 묻혀서는 안 된다. 그라운드 안의 상황 변수에 따른 전술과 전략 수정 등은 오로지 감독 몫이다. 벤치의 감독 만이 흐름을 바꾸고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 역시 벨 감독은 승부처나 변수를 맞닥뜨렸을 때 ‘대처 능력’과 전략 등에서서 여전히 물음표를 남겼다.

벨 감독은 2024년 12월까지 대표팀을 이끈다. 이례적으로 두 번의 연장 계약을 맺은 결과다. 월드컵 이후 벨 감독은 “감독으로 팀에 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냉정함을 갖고 분석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8강 탈락 직후에는 “월드컵은 과거의 이야기로 큰 의미가 없다. 미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남은 1년이라는 기간, 벨 감독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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