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외 임신 진단 못하고 유산 오진…쇼크 끝에 나팔관 제거

[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인천에 있는 L산부인과 의사의 거듭된 오진으로 30대 산모 A씨가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해당병원 측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병원이 ‘인천지역 최고의 여성전문병원’이라고 스스로 칭하면서 책임 회피에만 최고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당 병원은 A씨의 자궁외임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유산으로 진단을 내렸고, 이후 환자가 나팔관 파열로 인한 복강내(腹腔內) 출혈로 병원을 방문했으나 이때도 장염으로 오진을 내려 A씨가 결국 쇼크사 직전까지 갔다 모 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지난 2020년 8월 A씨는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하고 인천 L산부인과를 찾았다. 혈액검사 등을 진행한 해당 병원에서는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산’을 진단했다. 또 생리유도 약을 자궁에 넣고 생리를 안 할 경우 소파술(자궁내용물 제거술)을 진행하겠다고 A씨에게 알렸다.

이후 A씨는 생리를 하지 않자 해당병원에서 소파술을 받았다. A씨는 시술 3일 뒤 복통을 호소하며 다시 L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초음파를 실시한 해당 의사 B씨는 수술이 잘됐다며, 대신 장염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A씨는 장염약을 처방받은 당일 극심한 복통으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자궁외임신이라는 진단과 함께 복강내출혈로 생명이 위급해 나팔관 1개를 제거하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A씨는 소변 및 피주머니를 차고 생활해야 했으며,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A씨는 3년간 몸과 마음을 추스린 뒤 오진과 안일한 대응을 한 L산부인과에 항의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오진을 내린 의사는 이미 그만뒀다”며, “도의적인 책임만을 지겠다”고 답한 것로 알려졌다.

A씨는 “회사에도 가지 못하고 신체 일부를 잃었다”며 “잘못에 대해 피해자에게 적절한 사과와 보상을 하는 게 당연함에도 오진한 의사, 병원 측에서는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응급수술을 하지 않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소파술 이후 자궁에서 꺼낸 혈액에서 아기집 조직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복통으로 내원했을 때도 장염으로 오진하지 않았다면 신체 일부를 제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A씨는 “해당 산부인과가 대학병원 수술비라도 최소한 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반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합의금이라고 내밀고 그마저도 주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며 병원 측을 비판했다.

의료소송 전문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병원 측의 과실이 명백한 증거가 있는 데다 환자가 이로 인해 대학병원 수술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수술비와 후유증 진단비, 병원 생활로 인한 휴직금, 합의금 등을 생각했을 때 기천만원의 합의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산부인과 관계자는 “저희가 약간 실수한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며 “의사가 그만뒀더라도 고용주로서 도의적인 책임은 질 것이지만 환자분이 진실을 원하고 법적 싸움을 한다면 저희도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염약을 처방했던 산부인과 의사 B씨는 “당시 제 기준에서는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임신 초기에는 정상적인 임신 여부가 정확히 판단이 안 되고 뒤늦게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이 의료 소송까지 번질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가 입수한 대학병원 수술 기록지에는 ‘태아가 존재했으며, 복수를 약 1000㏄ 제거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shhong082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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