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과 ‘호신무기’는 방어를 위한 것인가, 공격을 위한 것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20대들은 ‘핵우산’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친숙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핵우산’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로 부르던 시절, 어린 나이 때였다. 당시 세계 정세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강의 ‘냉전’이 진행되던 시기였고,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때 등장한 핵우산(nuclear umbrella)’ 개념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가 핵보유국가와 긴밀한 동맹을 맺고 그들의 전력을 방패삼아 자국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쉽게 설명하면 힘있는 사람 아래에 들어가 나의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이 등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핵무기’의 무시무시한 위력 때문이다. 적대국끼리 맞서 사용할 경우 승패를 떠나 국가의 존속까지 위험해질만큼 위력이 강해 ‘서로가 서로를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미묘한 힘의 균형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이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워낙 어렸을 때라 “먼저 사용하면 이길 수 있는데”라며 의문을 표시했었다. 핵무기의 정확한 위력을 몰랐던 만큼 단순히 먼저 사용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 편은 착하고, 적은 나쁜 사람’이라는 정도의 도덕 관념을 가지고 있던 때라, 나쁜 사람을 이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당시 필자에게 핵우산은 ‘공격무기로 방어만 하려하는 이상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생각이 많이 복잡해졌다. 이미 인류는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편타당한 생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세계 정세에서 ‘우리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지금보다 위상이 더 올라갈텐데’라며 아쉬워하는 부분도 있다.

자, 그럼 이 상황을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력범죄 사건들에 대입해보자.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칼부림 난동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호신용품의 판매가 증가했다’는 소식 정도만 있었는데, 최근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이 벌어진 후에는 범인이 호신용품으로 파는 너클을 구매해 범행에 사용헀다는 사실 때문에 ‘호신용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닌가’란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호신용품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한순간에 부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너클은 호신용품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삼단봉 등 다른 호신용품들까지 규제의 대상에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문제다.

호신술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호신술은 말 그대로 나를 보호하는 기술이지만,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기술들이다. 그렇다면, 호신술을 배우는 것을 규제해야 하는가. 아니면, 호신술 중에서 어떤 기술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제할 것인가. 호신술이 상대를 해할 수도 있다면, ‘착한’ 사람들은 아예 호신술을 배우거나 호신용품을 준비하면 안 되는 것일까. 아니면, 철저하게 배우고 준비해 ‘상대가 섣불리 건드리지 못 하도록’ 미묘한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을까.

이런 때마다 나오는 결론은 대부분 ‘핵폭탄/호신술/호신용품 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도 나오듯 핵폭탄을 만든 이들은 과학자들이지만, 이를 일본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들은 정치인들이었다.

호신술을 배우거나 호신용품을 구입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또 실제로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를 이용해 타인을 괴롭히거나 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쉽게 결론이 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한번 글로 강조하는 이유는 몇 차례의 예시 때문에 성급하게 ‘규제’라는 것이 확정돼 버릴까 걱정되고 안타까워서다.

이래서 예전부터 전통적인 무술도관들은 문무쌍전, 즉 전투기술을 전수함과 동시에 인성교육도 함께 진행했나보다. 인기 최고의 만화 캐릭터 스파이더맨도 어린이들에게 얘기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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