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기온상승을 막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마저 위험해진다. 기후위기 시계는 이제 6년 남짓이 남아있다. 친환경 소재를 생산해 기후 시계를 늦추는 일에 앞장선 사람이 있다. 친환경 신소재 패키지 기업 ㈜그린패키지솔루션 안성훈(56) 대표다. ‘일회용품=나쁜 것’이라는 공식을 ‘착한 일회용품을 쓰자’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는 안 대표를 서울 삼성동 그린패키지솔루션 서울사옥에서 만났다.

“일회용품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 바뀌어야!”

일회용품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카페에서 사용되는 종이컵, 장례식장에서 쓰는 플라스틱 접시 등이다. 이런 일회용품들은 대부분 쓰레기소각장에서 소각되는데 워낙 많은 양이 배출되기 때문에 소각도 어렵고, 플라스틱 성분이 들어있어 매립해도 썩지 않는다.

그린패키지솔루션이 개발, 판매하고 있는 일회용품은 이처럼 플라스틱 소재가 아니라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 대나무, 사탕수수 등 100% 식물성 재료를 특수가공해 식품은 물론 전자제품, 화장품 패키지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 ‘식스아웃’(6OUT)을 생산했다. 매립하면 6개월 이내에 썩어 거름이 되는 ‘착한 일회용품’이다. 그린패키시솔루션이 개발한 제품은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의 검사를 통과했고, 해외의 산림경영 인증시스템 FSC 인증을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학교 대학원에서 MBA 마케팅을 공부한 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에서 근무했던 안 대표는 삼성전자 재직 중 2015년 종이 휴대폰 패키지 개발을 접하고 ESG에 눈을 떴다. 퇴사 후 회사를 차려 친환경 휴대폰 패키지 사업을 시작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다양한 회사에 친환경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하나금융그룹 등에서 총 1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한국평가테이터가 선정한 ‘ESG 우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 한 해 매출을 넘길 정도로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밀키트 용기와 편의점 도시락 용기다. 대기업에 밀키트 용기를 납품하고 있고, 친환경 도시락 용기를 이마트24를 비롯해 GS25, CU에 납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안 대표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세대는 주로 10~30대 젊은층이다. 이들이 매일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셈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 축적되면 암을 유발한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친환경 도시락 패키지는 플라스틱 코팅이 아니라 친환경 옥수수전분으로 코팅해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오지 않아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착한 일회용품 전도사가 된 이유도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다만, 과징금 부과는 1년 유예됐다. 오는 11월부터 카페나 식당 등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최고 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안 대표는 “일회용품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다. 일회용품이라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친환경 제품이 있고, 우리처럼 식물성 소재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일회용품은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고 매립하면 6개월 이내 썩는다. 따라서 친환경 일회용품 사용은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안 대표는 환경부에서 생분해성 수지제품에 친환경 마크를 부여하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해 환경부가 친환경 마크를 부여했는데, 실험해보면 이 제품들은 매립해도 분해가 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상온 58도에서 분해된다고 한다. 쓰레기를 매립하고 난 후 상온 58도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분해가 안되는 제품이라고 보는 게 맞다.”

최근에는 친환경 종량제 봉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플라스틱 원료로 만든 종량제 봉투는 매립해도 절대 썩지 않는다. 안 대표는 2년 연속 정부 국책 연구개발 과제에 선정돼, 매립하면 6개월 안에 썩는 ‘친환경 자연분해성 종량제 봉투’를 개발 중이다. 오는 2024년을 목표로 경북대 산학협력단, 다이텍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알앤에프케미칼과 함께 연구 하고 있다.

안 대표는 국민 한 명 한 명이 오늘 당장 친환경 실천가가 돼야 한다면서 “플라스틱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이 굉장히 취약해지고 생존이 어려운 시대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다. 구글, 애플, 테슬라의 혁신이 중요하지만 지구가 없어진다면 그 혁신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혁신으로 삶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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