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잠시나마 한한령(限韩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차올랐지만, 중국 내 혐한 정서는 여전했다. 다시 얼어붙은 한중관계로 애먼 연예인들이 혐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마카오에서 열린 그룹 블랙핑크 콘서트는 성황리에 끝난 가운데 콘서트 현장을 찾았던 중화권 스타들이 중국 누리꾼들이 만든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블랙핑크는 지난 20~21일 마카오에서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 공연을 성료했다. 콘서트는 객석 매진에 이어 암표 가격이 1700만원에 육박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블랙핑크 콘서트를 찾은 중국 스타들은 “매국노” 취급을 당하며 뜻밖의 비난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콘서트를 찾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명단을 만들어 악플을 쏟아내고 출연작을 보이콧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배우 안젤라 베이비는 지난 1월 블랙핑크의 홍콩 콘서트에 이어 이번 마카오 콘서트에 참석했다 뭇매를 맞았다. 안젤라 베이비 외에도 우주소녀 출신의 성소, 클론 출신 구준엽의 아내 대만 배우 쉬시위안(徐熙媛·서희원)도 블랙핑크 콘서트를 찾은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샀다.

씨엔블루 정용화는 중국 예능 녹화를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가 돌연 ‘출연 취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 새 오디션 프로그램 ‘분투하라 신입생 1반’에 출연예정이었던 정용화는 ‘혐한여론’에 밀려 하차했다.

앞서 지난 17일 정용화가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베이징 도착을 알리고, 촬영 중인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해당 프로그램 출연이 기정사실화 됐다. 하지만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방송과 인터넷 관리 감독을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2016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츠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을 발령해 한국 스타들의 중국 현지 활동을 막았다.

하지만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조금씩 중국 내에서 해빙 무드가 전해졌다. 중국 국무원 문화관광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지난 3월 20일부터 외국의 상업 공연 접수 및 허가를 재개하면서 가요계에서도 중국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다.

한한령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국내 가수들이 올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공연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과 별개로 중국 내에서 K팝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세븐틴은 중국 팬들이 단합하고 일어나 200만 장이라는 K팝 사상 최대 음반 판매량을 올리며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겼고, 가수 현아도 오는 6월17~18일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한 음악 페스티벌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세븐틴 등이 속한 하이브는 중국 ‘IT 공룡’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과 이달 음원 유통계약을 맺고, 국내 발매와 동시에 중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때문에 드디어 중국의 빗장이 풀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진 뒤 한중 관계는 급랭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이 현재 중한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인식하고 엄숙하고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낄끼빠빠’를 모르고 미중 싸움에 껴서 새우등 터지지 말라는 경고였고, 실제로 이후 중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에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중국 내에서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접속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단되기까지 하는 등 ‘한한령’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농후해졌다.

중국 매체들 역시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돈을 벌고 돌아가 중국을 비난한다”며 출연 제재를 옹호하고 반한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엔터업계는 앞서 여러 차례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가 고초를 겪은 전례가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우선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과 마카오부터 공연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내년 초까지도 공연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중관계의 경색이 마녀사냥식으로 국내 스타들에게 화살로 돌아오고 있어 내년까지 홍콩, 마카오 등에서의 공연을 준비하던 회사들 역시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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