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국내 빅4 가요 기획사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YG의 아티스트 라인업은 그 명성에 비해 단조로웠다. ‘주력’인 블랙핑크가 있긴 했지만 활동 공백기가 길었고, 2020년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트레저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하이브, SM, JYP 등 빅3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설상가상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가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며 YG의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워졌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퉈 YG 주식의 목표가를 상향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말 블랙핑크의 재계약 리스크를 이유로 잇따라 목표가를 낮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주가가 20% 넘게 빠졌던 YG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 올 상반기 YG 소속 주요 아티스트의 복귀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정상 걸그룹으로 성장한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횟수 증가와 멤버 지수의 솔로 활동, 지드래곤의 컴백,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데뷔 등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시장의 눈이 SM 인수전으로 쏠리면서 YG 주가가 주춤하긴 했지만 ‘본업’에 올인하는 아티스트들 덕분에 다시 오름세를 탄 것.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앨범 발매와 블랙핑크와 트레저의 월드 투어로 실적 성장이 전망되며, 신인 그룹에 대한 기대도 걸 수 있다”고 봤다.

스타트를 끊을 블랙핑크 지수는 벌써 ‘청신호’를 켰다. 지수가 31일 발표하는 첫 솔로 음반의 선주문량은 124만장을 넘겨 역대 K팝 여성 솔로 가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 솔로 음반 ‘미’(ME)는 지수가 데뷔 6년 8개월 만에 내놓는 첫 솔로 앨범으로 2018년부터 이어온 블랙핑크의 솔로 프로젝트의 ‘유종의 미’를 장식할 앨범이기도 하다.

그간 성공적인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YG는 이번 지수의 솔로 데뷔 활동 역시 최대 제작비를 투입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각오다.

3년 6개월여 만에 양현석 프로듀서가 YG에 복귀하면서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바로 베이비몬스터의 론칭이다. 베이비몬스터는 YG가 블랙핑크 이후 약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이다.

베이비몬스터의 시장에서의 성과는 YG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편 트레저와 함께 YG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드래곤의 본업 복귀도 K팝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빅뱅 멤버 중 유일하게 YG에 잔류한 지드래곤은 올 상반기 컴백을 예고한 상태다. 긴 공백기에도 빅뱅과 지드래곤은 여전히 막강한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빅뱅이 4년 만에 발매한 싱글 ‘봄여름가을겨울’은 별다른 방송 활동이나 홍보 없이도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대부분의 빅뱅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며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준 지드래곤이 6년 만에 발매하는 솔로 앨범인 만큼 기대감도 높게 상승하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가요계가 지난해부터 K팝 열풍과 함께 공연과 음반 호황기를 맞으며 활기를 찾고 있다. 대규모 월드투어를 펼치고 있는 블랙핑크와 잇따라 앨범을 발매하는 YG 아티스트들이 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올해 상반기 K팝 공연시장은 전년 대비 150% 증가한 437만명으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상반기에 블랙핑크가 88만명, 트레저가 27만명 등 총 116만명을 모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 27%에 해당하는 수치로, 20만명을 모객하는 SM과 공동 선두권을 형성할 만한 수치다.

다만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와 블랙핑크의 재계약 불확실성은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양현석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세븐, 빅뱅, 투애니원 등을 성공시킨 그의 선구안과 프로듀싱 능력이 YG의 부흥을 이끌었단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최근 출소한 승리가 중심에 있던 버닝썬 논란의 여파로 퇴진했던 그가 스리슬쩍 복귀하는 모양새는 반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

그는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고 제보자 A씨를 보복 및 협박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고, 수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오너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가운데, 빅뱅과 아이콘의 재계약 불발에 이어 블랙핑크의 재계약 이슈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YG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당장의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 주가가 순항하는 등 이들의 미래를 낙관하는 시각이 많아진 가운데, 이번 기회가 YG의 자존심을 살릴 재기의 발판이 될지는 YG 차기주자들에 달렸다. 2023년을 맞아 YG가 변화의 기로에 섰음은 분명 해보인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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