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 손 꼭잡으며 마무리하는 이강철 감독[포토]
이강철 감독이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수비를 끝내며 22-2로 승리한 후 선수들 손을 꼭잡으며 WBC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2023.03.13.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WBC에서 우리 대표팀이 조기 탈락했다. 응원의 시간은 끝났고 이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논할 때다. 우선 문제점부터 얘기하고 싶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WBC에 대한 인식부터 잘못됐다. 이제 WBC는 단순한 국제대회가 아니다. WBC는 야구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축구의 월드컵이 롤모델이다. 그래서 각국 메이저리그 출신들이 자국의 감독,선수로 출전했다. 업그레이드 된 유럽쪽 참여도 활발하다.

그런데 우린 이전처럼 생각하고 쉽게 참가했다. 우선 팀을 급조했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시즌을 준비하다가 급히 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적응을 못했다. 더그아웃내 조화도 못 이뤘다.

무엇보다 WBC의 무게감을 간과했다. 세계적 대회엔 세계적 지도자와 선수가 벤치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전략적으로 놓친 부분이다. 그 결과 실력 뿐 아니라 상대의 기에 눌렸다. 실력도 안되고 네임밸류에도 밀렸다.

야구는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최강 미국도 WBC 경기에서 패하는게 야구다. 실력외에 작동하는 대표적인게 기싸움이다. 그래서 실력이 떨어져도 기싸움에선 지면 안된다. 때론 도발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우리 대표팀은 기를 펴지 못했다. 일본팀 눗바의 도발에도 숨죽였다.

\'이번 WBC는 해설위원으로\' 박찬호[포토]
WBC 대표팀 에드먼이 박찬호와 대화하고 있다. 2023.03.6.오사카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벤치 리더의 부재 탓이다. 만약 세계적 네임드인 박찬호가 코치나 인스트럭터, 추신수가 선수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분명 달랐을 것이다. 눗바가 우리를 째려보며 도발했을 때, 그들은 잠자코 있지 않았을 것이다. 후배 선수들도 기가 죽지 않고 대거리 했을거다. 기댈 선배가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만 봐도 그렇다. 이번에 해설위원으로 갔지만, 더그아웃에서 오타니를 격려하고 다르빗슈로부턴 꾸벅 인사를 받았다. 이들이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를 못한게 아쉽다. “우리집에도 큰 형이 있다”고 큰소리 칠 수 없었다. 아니 있었는데 활용하지 못했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체코전에서 실책했는데, 이들은 안타를 치지 못하면 기복이 심하다. 팀을 끌고 가기에 힘이 부친다. 에드먼은 빅리거지만 객이고 김하성은 아직 어리다.

다른 팀을 돌아보자. 푸에로토리코 감독은 최근 은퇴한 야디에르 몰리나다. 이탈리아 감독은 마이크 피아자다. 선수 뿐 아니라 명성이 자자한 이들이 벤치를 지켰다. 우린 그 정도 레벨이 없었다. 감독이 안되면 코치, 선수에 포함시켜 힘을 실어야 했다.

추신수는 최근 안우진 관련 소신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많은 이들이 추신수를 향해 “네가 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추신수의 소신발언은 실언으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추신수는 빅리그에서 일가를 이룬 세계적 레벨이다. 그를 한국 수준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그의 소신중 받아들일 건 수용하면 된다. 결국 우물안의 개구리가 된 것은, 세계적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한 야구관계자의 탓도 크다.

박찬호, 추신수처럼 세계 무대에서 뛸때는 그 규모에 맞는 벤치 리더가 필요하다.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의지할 존재가 필요하다. 세계적 선수가 세계를 상대로 싸우게 하자. 벤치 리더는 이미 있다. 활용만 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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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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