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경호 김지윤기자] "페이커 3년 재계약, 부러웠죠"


'데프트' 김혁규는 데뷔 10년 차 동기 '페이커' 이상혁의 3년 재계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던진 '에이징 커브'에 대한 질문에 그의 눈빛은 사뭇 더 진지해졌다.


"올 시즌 전 세계 팀들 중 가장 많은 경기를 하고 싶다"라는 각오를 다진 데프트. 담원 기아 이적 후 근황부터 '2023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를 향한 의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담원 기아 워크숍 후기.

스키장 다녀왔습니다. 스키장이 사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약간 피하는 불문율 같은 게 있었는데, 아무래도 손이 다칠 수도 있다 보니까 이번에 안전한 안 어려운 곳에 가서 강의도 받으면서 타고 왔는데, 프로게이머를 하고 나서부터 간 적이 없어서 아마 초등학교 때 마지막으로 갔던 것 같은데 '내가 몸이 기억하고 있을까'하고 탔는데 잘 타더라고요. 재밌게 보내고 온 것 같아요.


Q. '캐니언' 김건부 선수가 분위기 메이커라던데.

쉼 없이 혼자 얘기를 하고 있고, 대답하기 힘든 아무 말이나 던져도 아무 말로 대답을 잘해줘서 재밌는 것 같아요.


Q. 스크림은 어느 정도 진행했는지.

그렇게 많이는 안 해봤는데 그래도 한 5~6번? 일수로 5~6번이니까 판 수로 치면 30판 정도 한 것 같아요. 사실 항상 스프링 시즌은 몇 년 간 크게 욕심을 안 내고 새롭게 제가 알던 것을 선수들한테 전달하는 느낌으로 보내왔던 것 같은데, 올해는 이미 선수들이 아는 게 너무 많고 잘한다고 느껴서 스프링부터 욕심을 낼만한 것 같아요.


Q. 순위를 예상해 볼 수 있을까.

모든 팀이랑 스크림을 안 해봐서 그래도 상위권?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은 있어요.


Q. 탑-정글의 영향력이 확대됐다. 예상되는 메타는?

바텀 기준으로는 결국 라인전을 세게해서 초반에 역할을 맡냐 제리, 시비르 같은 메타에서 후반 역할을 맡냐 차이인데, 지금은 초반에 역할을 맡는 게 훨씬 더 승률이 잘 나온다고 생각해서 결국 그 차이점일 뿐이지 그 과정에서 바텀 힘이 빠졌다는 느낌은 크게 못 받아서 결국 초반에 바텀이 잘하면 게임을 이기기 쉬운 것도 맞고, 크게 느끼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Q. 킥오프 드래프트에서 페이커와 나눈 반말 에피소드.

프로 생활하면서 말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가끔 몇 년에 한 번 얘기할 때는 반말을 하긴 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던 것 같고, '템 뭐 사냐'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를 부르더니 축하한다고 해서 제가 정신을 잃고 앞으로 갖다 박아버렸는데, 지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던 것 같아요.


Q. 이벤트 매치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

아무래도 지훈이(쵸비)가 게임을 맛있게 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같이하는데 어떤 맛이었는지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피터' 선수는 솔로 랭크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다 보니까 꽤 많이 만났던 거 같은데, 만날 때마다 잘한다는 인상이 있어서 같이 해보고 이벤트전이지만 제가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가르쳐줄게 있으면 가르쳐주고 재밌게 했으면 좋겠어요.


Q. 페이커의 3년 재계약을 보며 어땠는지.

가장 솔직한 감정은 '3년 계약을 할 수 있어서 부럽다'. 제가 알기로는 장기 대기로 면제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냥 부러웠던 것 같아요.


Q. 팀을 옮기면서 우선시하는 요소가 있다면?

같이 하고 싶은 팀원들이 저랑 같이 하고 싶은가. 우승을 할 수 있을만한 선수인가. 게임이 1순위에 있는가. 그건 제가 같이 안 해보면 잘 모르겠지만 봤을 때 그런 느낌?


Q.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요새 들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한 팀도 팀이고 선수들도 선수들인데, 그 헤어지는 과정들에서 감정이 너무 소모가 많이 된다고 느껴서 프로게이머한테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제가 정이 엄청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같은 팀을 했던 선수들이랑 경기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제는 모든 팀에 다 있어서 내년에 많이 걱정이 되긴 하는데, 좀 부러운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한 팀에서 쭉 하는 선수들을 보면 멋있고 부러운 것 같아요.


Q. '에이징 커브'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제가 느끼는 건 결국 한국 프로게이머를 기준으로는 어느 시점부터 에이징 커브보다는 관심이 생기는 다른 분야의 것들이 관심이 생기는 시기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군대나 다른 유혹들? 그때가 만약에 25~26살이라고 치면 그 시기에 흔들리다 보면 결국 그 시기가 지나면 군대에 가야 되잖아요. 그래서 다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거든요. 


만약에 25~26살에 흔들렸는데, 27~28살에 다시 열심히 하더라도 잘 못하면 '25살부터 쭉 에이징 커브로 끝났구나'라고 비칠 수 있는데, 결국 군대라는 문제 때문에 한 번은 다른 쪽으로 관심이 생기고 나서는 다시 정신을 잡고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은 거 같긴 해요. 에이징 커브보다는 외부의 요인이 더 큰 것 같아요.


Q. '2023 아시안게임'과 국가대표.

클럽 간에서 대항전에서 이룰 수 있는 커리어들은 다 얻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국가를 대표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느낌이잖아요. 그리고 지금 상태로는 자신도 있고 나가고 싶은 의지도 강해서 꼭 스프링 때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려서 나갈 수 있는 확률을 더 높이고 싶어요.


Q. 팬들에게 한 마디.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제가 우승을 하긴 했지만 롤드컵 가기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을 놓고 보면 두 달 밖에 안 지났거든요. 두 달 전의 저나 지금의 저나 제가 느낄 때는 똑같은 사람인데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나 이런 게 많이 바뀐 거 같아서 안 그래도 될 거 같고, 저는 똑같은 사람이니까 편하게 대해주시고 내년에도 지금 했던 것처럼 변하지 않고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말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 2023 시즌 포부와 각오.

DRX에서 뛰면서 아마 저희 팀이 가장 많은 경기를 했을 것 같은데, 내년에 각오도 담원 기아 소속으로 저희 팀이 전 세계 팀들 중에 가장 많은 경기를 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취재 | 김지윤기자 merry0619@sportsseoul.com

영상 | 박경호기자 park554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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