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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첫 대회에서 우승한 찰 슈워철(남아공). 세인트올번스 | EPA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가? 페어플레이와 공정한 경쟁이 특히 강조되는 스포츠계도 막대한 돈의 힘이 위세를 부리는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PIF) 후원의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가 논란 끝에 출범하면서 오랜 전통과 권위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근간을 뒤흔들었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 즉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스포츠 워싱이란 “개인이나 단체·기업·정부가 그들의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나 평판 개선을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거나, 스포츠구단을 매입해 운영하거나 후원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국내 스포츠에서도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이미 수년 전부터 대기업이 스포츠 후원으로부터 점차 손을 떼기 시작하면서, 고리대금으로 악명높은 대부회사들이 앞다퉈 국내골프대회 등 스폰서로 나섰다. 아울러 프로배구팀 네이밍스폰서가 되거나 새로운 팀 창단에 나섰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 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다.

물론 이런 기업 오너의 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열정까지 깡그리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최근 코인 사업으로 큰돈을 번 업체들이 경기단체 후원사로 나서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의 중앙이나 지역 회장 자리도 돈많은 사업가들이 주류를 이룬 지 오래다. 이들이 생활체육 등을 통해 해당 종목 발전에 기여한 사례도 많지만, 자신들의 이미지 세탁, 입신양명, 또는 정치무대 진출을 위해 스포츠나 경기단체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제적인 레벨에서 스포츠 워싱은, 한 국가가 자국내 나쁜 인권상황과 정부내 부패 스캔들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용돼 왔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PIF가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이용해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을 창설한 것과 관련해서도 ‘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우디가 언론인 살해 등 자국내 인권탄압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골프대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PIF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회장이다. 지난해 2월 기밀이 공개 해제된 미국 정보 보고서는 빈 살만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에 가담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빈 살만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어쨌든 LIV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총상금 규모는 2억5000만달러(3200억원)나 된다. 기존 PGA 투어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오일머니 파워를 실감하게 하는 새로운 골프대회다. 이로 인해 PGA 투어 선수들은 LIV골프 합류파와 PGA 잔류파로 나뉘어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선수들이 더 많은 상금을 주는 대회로 옮겨가는 것을 마냥 비판하기만은 어렵다. 하지만 어느 선수의 말처럼, 전쟁을 일으킨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천문학적인 상금을 걸고 대회를 개최한다고 무턱대고 그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 영국 런던 인근에서 끝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개막전에서 우승한 찰 슈워철(남아공)은 우승상금(400만달러)을 포함해 총 61억원의 거액을 한번에 챙겼다. LIV 일반대회에 총상금은 2500만달러(320억원)나 걸려 있다. 일반 PGA 투어 대회의 3배 정도라고 한다. 골프에서도 ‘돈질’이면 다 되는 세상이다. kkm100@sportsseoul.com

김경무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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