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처 | tvN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만 껄껄 웃어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50회가 지난 20일 논란 속에 방송을 마친 가운데, 그동안 정치인의 출연을 극도로 자제해온 ‘유퀴즈’의 이번 결정 배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드러난 갈등은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유퀴즈’ 김민석 PD, 박근형 PD가 최근 tvN을 떠나 이직을 결정했다는 것, 제작진이 유재석도 모르게 윤 당선자를 섭외해 녹화를 진행했다는 것, 시청자게시판에 1만여건이 넘는 항의글이 폭주했지만 방송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 등이다.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을 발굴하며 공익예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퀴즈’가 이 시점에 돌연 무리수에 무리수를 거듭하는 헛발질을 한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더구나 실무 책임자라고 할 담당 연출자들이 줄퇴사를 하는 마당이라면 더 윗선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윤석열

유퀴즈온더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처 | tvN

이런 가운데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4월 청와대 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유퀴즈’ 측에 특집방송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와 눈길을 끈다. 더구나 당시 ‘유퀴즈’측이 “정치인의 출연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라며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미디어오늘은 21일 청와대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4월 ‘유퀴즈’ 제작진과 접촉, 문 대통령의 출연을 타진했다. 우리 쪽에서 담당PD와도 직접 통화했다. 생각해보겠다고 하더니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 출연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유재석씨가 정치인 출연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보도했다.

‘유퀴즈’가 정치인의 출연을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지 않다고 거절했다면, 문 대통령은 안 되고 윤 당선인은 되는 아이러니를 설명할 길이 없다. 더구나 20일 방송에서 윤 당선인의 출연을 몰랐던 MC 유재석은 몹시 당황한 듯한 모습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방송소식이 전해진 뒤 유재석은 애꿎은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데뷔 30년차 톱 MC 유재석이 만약 윤 당선인의 섭외를 미리 알았더라면 과연 제작진에게 이같은 우려를 전하지 않았을까. 제작진 혹은 그 윗선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유퀴즈’의 상징적 존재인 유재석까지 깔아뭉개고 윤 당선인을 출연시켰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0년 12월부터 글로벌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1년4개월여간 CJ ENM을 이끌어온 강호성 대표이사에게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 ENM은 tvN, 엠넷, OCN, 투니버스 등 방송채널을 갖고있으며, ‘킹덤’ ‘스위트홈’ ‘빈센조’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을 제작한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콘텐츠파워를 자랑한다. 영화 ‘기생충’ ‘극한직업’ ‘아가씨’ ‘베테랑’ ‘국제시장’ 등 무수한 천만 영화를 배출한 막강한 배급사이자, K팝 채널 엠넷을 통해 각종 뮤직쇼를 운영하고 신예스타를 발굴했다.

문화콘텐츠 전문기업인 CJ ENM은 지난 2020년 12월 CJ그룹 법무실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검찰 출신 강호성 총괄부사장을 대표이사에 올렸다. 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83학번으로 사법시험 31기다. 서울지검에서 시작해 대전지검, 수원지검 등 6년간 검찰에 몸담았고, 이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거쳐 지난 2013년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당선인은 서울대 법학과 79학번으로 강 대표의 4년 선배다. 익히 알려진대로 사법시험을 9수만에 합격해 사법시험으로는 강 대표에 비해 2기수 아래인 33기이며, 1994년부터 검찰총장에 오른 지난 2021년까지 특수통 검사로 일했다. 문 대통령을 거부한 ‘유퀴즈’가 윤 당선인을 출연시킨데는 강 대표의 검찰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CJENM은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권에서 ‘SNL코리아’의 정치풍자 코너 때문에 좌파 기업으로 찍히며 이미경 부회장이 사퇴 압박을 받는 등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명맥을 잇는 윤 당선인 측의 출연 타진이 무소불위 검찰 정권에 대한 공포를 유발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안 되고 윤 당선인은 되는 의사결정에는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해 보인다. 다분히 정치적 유불리가 감안된 의사결정을 제작 자율성 뒤에 숨기기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CJ ENM 측은 청와대의 입장에 “문 대통령 쪽에서 프로그램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 출연 요청을 했다면 출연이 가능했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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