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지난 2016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에서 김응용 후보가 85표를 얻어 41표를 득표한 이계안 후보에게 승리하며 회장에 당선된 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선거철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도 선거 열기가 불타 오르고 있다. 사고단체로 전락한 KBSA 재건을 위해 김응룡 현 회장이 출마했을 때보다 더 뜨겁게 느껴질 정도다. 대한체육회장을 포함해 각 종목 단체장과 시·도협회장 등 전분야 수장을 새로 뽑는 사실상 ‘체육계 대선, 총선, 지자체장 선거’가 몰려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KBSA는 이미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나진균 전 전무와 SBS 이순철 해설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나 예비후보는 2001년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20년간 굵직한 체육 행정 경험을 자산으로 꼽았다. 이 예비후보는 프로야구 스타 출신으로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강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5일부터 이틀간 후보 등록을 완료하고, 7일부터 닷새간 공식 선거 활동을 한다. KBSA 회장 선거는 12일 온라인 전자투표 방식으로 열린다. 선거인단은 시도 협회장 20명을 포함해 192명이다. 당초 199명으로 설정했지만, 일부 인사가 개인정보공개 미동의 등 사유로 투표권을 포기하는 등 곡절을 겪어 4일 192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시·도협회장 등 대의원 20명과 시·도 임원 17명을 제외하면, 현장에서 KBSA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유권자다. 지도자와 심판은 물론 선수도 포함돼 있다. 야구와 소프트볼,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통합한 탓에 동호인과 시군구 임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했다. 192명 유권자는 후보 등록 공시 직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면면을 냉정하게 살펴보느냐다. 공약이나 정책, 인성 등을 꼼꼼히 따져 4년간 아마야구를 이끌 수장을 뽑는게 상식이다. 연평균 55억원 가량 예산으로 아마추어 대회 개최와 대표팀 지원, 직원 급여 등을 충당해야 한다. 빡빡한 살림이다. 회장이 출연하거나 대기업 스폰서 유치, 수익사업 등으로 자금을 끌어 오지 못하면, 수 많은 엘리트와 생활체육, 야구와 소프트볼 선수와 관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투명한 자금 집행은 기본이고, 그 속에서도 기금조성 등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젯밥에 군침 흘리는 파리떼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통칭 야구인 중 대부분은 KBSA회장이 어떤 사람인지에 별 관심 없다.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최고다. 학생선수도 비슷하다. 많은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 프로에 입단하는 게 목표다. 협회는 그저 적은 비용으로 많은 대회를 개최해주면 된다. 그런데 공정한 심판을 배정해주는 것도, 깨끗한 승부를 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협회의 몫이다. 구장 임대료와 기록, 심판비 등은 예산이 소요된다. 재정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정한 돈이 오갈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시도협회는 선수들에게 대회 출전비를 받기도 한다. 이 부분에 일선 지도자와 학부모가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게 놀라울 정도다.

지도자도 회장의 됨됨이는 관심밖 일이다. 전지훈련을 마음껏 가거나,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많은 코치를 거느릴 수 있으면 ‘일 잘하는 협회’가 되는 셈이다. 한 지도자는 “정치인이든 협회든, 단돈 100만원이라도 더 지원해주는 쪽이 우리편”이라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한다. 회장은 임기제라, 문제가 생기면 내치고 다시 뽑으면 된다는 인식도 대단히 위험한 문화다.

사사건건 시비가 붙어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나 금전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단체의 수장이 KBSA 회장이 된다고 환골탈태할 것 같지는 않다. 사람 잘 안바뀌기 때문이다. 똑똑한 유권자가 투명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든다. 체육계도 다르지 않다.

야구팀장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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