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2020년 연말 넷플릭스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한국형 크리쳐물 '스위트홈' 시즌1의 실질적 주인공은 김남희(34)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옆집 남자1, 행인2의 얼굴을 가진 김남희는 정재헌이라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숨긴 캐릭터'를 입고 그야말로 날았다. '스위트홈'에서 김남희는 성경을 끼고 다니고, 자주 성경구절을 중얼거려 목사로 오해를 받는 국어선생님 정재헌 역으로 출연한다.


감정변화가 적은 침착한 표정, 단정한 말투, 선량한 마음씨의 그지만 괴물에 점령당한 재개발 아파트 그린홈의 주민들을 위해서는 목숨도 기꺼이 내놓는 상남자이기도 하다. 돌잡이 때 칼을 잡았다는 그는 유려한 검도 실력으로 괴물들을 해치우며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해낸다.


서경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2013년 영화 '청춘예찬'으로 데뷔한 김남희는 어딘가에서 한번쯤 마주친 듯한 평범한 얼굴 속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뽑아내는 내공을 갖고 있다. '스위트홈' 속 정재헌은 가장 김남희 스러운 배역이자 김남희가 아니면 자칫 밋밋해졌을 배역이기도 하다.


김남희는 신앙의 힘으로 알콜중독에서 벗어난 정재헌의 비하인드를 부드럽고도 단단한 캐릭터로 빚어내며, 매력을 더했다. 뭣보다 귀에 쏙쏙 박히는 명품 딕션으로 '스위트홈' 배우들 중 가장 전달력 높은 연기를 펼친 점도 인상적이다.


악역도 선역도 부담 없이 담아내는 마법 그릇 같은 마스크는 분명 김남희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스위트홈'으로 첫 크리처물에 도전한 이응복 PD와는 이미 세 작품을 함께 한 사이다.


2016년 방송된 공유 김고은 주연의 화제작 tvN'도깨비'에서 3분여 남짓 단역으로 출연했다. 자신이 죽은지도 모른 채 과로사하는 응급의로 등장한 바로 그 남자. '도깨비'에서 무슨 역으로 나왔는지 몰랐던 사람이라도 장면을 보면 기억을 떠올릴 연기를 보여준 이가 바로 김남희였다.


김남희를 눈여겨 봐둔 이응복 PD는 2018년 tvN'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주인공 유진초이(이병헌 분)의 맞수로 그를 데려다놓는다. 물론 사전 설명이 없다면 그 의사가 이 일본인 역을 맡은줄 몰랐을 터.


일본 동경에서 천황 다음으로 유명한 화족 모리 집안의 장남 다카시로 분한 김남희는 유학시절 만났던 유진이 검은 머리 미국인으로 조선에 돌아오자 사사건건 부딪히게 된다. 결국 고애신(김태리 분)을 구하기 위해 유진이 겨눈 총에 맞아 숨지기까지 다카시는 끈질긴 생명력의 악역으로 활약한다.


지난해 방송돼 마니아층에 큰 사랑을 받았던 tvN'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도 그가 출연했다. 바로 주인공 배타미(임수정 분)의 못말리는 바람둥이 전 남친이자 차현(이다희 분)의 비밀 남친 표준수 역. '자뻑'기질이 다분한 느물느물한 연기로 여러 시청자를 분통터뜨렸다.


4년을 써내려간 필모그라피가 이 정도니 데뷔한지 이제 7년된 배우가 앞으로 만들어갈 한 작품 한 작품에 기대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무한한 가능성의 '찐' 배우를 발견하고 발탁했다는 점에서도 이응복의 선택은 옳았다.


아쉬운 건 정재헌이 '스위트홈' 시즌1에서 이미 사망했다는 것. 주연급 활약을 펼친 그의 돌연한 사망이 극중 큰 반전이기도 했다.


시즌2에서는 그를 다시 볼 수 없겠지만, 김남희는 이미 가장 궁금한 배우가 됐다.



gag11@sportsseoul.com


사진출처|넷플릭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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