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중앙선관위 후보등록
이기흥(오른쪽) 대한체육회 회장이 29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제41대 체육회 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와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놓고, 하루도 안돼 다른 후보를 밀겠다며 돌연 포기를 선언했다.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체육계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장난도 아니고….

내년 1월18일 실시되는 제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가 여당 출신 정치인들(장영달 이종걸)이 출마를 선언했다 번복하는 등 어지러운 상황에 빠져들었다가, 결국 이기흥(65) 현 회장과 ‘반 이기흥’을 내세운 강신욱(65)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의 대결로 사실상 압축됐다.

후보 자격미달(공직선거법 위반 100만원 이상 벌금형)에 휘말려 끝내 불출마를 선언한 장영달(72) 전 국회의원(4선)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이종걸(63) 전 국회의원(5선)은 하루도 안돼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대신 강신욱 교수를 밀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 규정상 직무정지중인 이기흥 회장은 29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제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강신욱 교수도 이날 오전 등록했다.

앞서 전날 이기흥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체육위원회 신설’, ‘학교체육 정상화’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통합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4년 동안 체육계 수장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그의 재임중 최숙현 사태 등 체육계에서 각종 대형 사건과 사고가 잇따라 체육계 수장으로서 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사퇴론까지 나왔다. 또한 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등을 요구하는 문체부와 여당의 체육정책에 반발하는 등 그는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기흥 회장은 “체육인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온 대한민국 체육 100년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 100년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소임을 다하고자 재선에 도전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강신욱 교수
강신욱 단국대 교수. 윤수경 기자

강신욱 교수는 이미 오래전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 회장으로서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고 재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기흥 회장을 선거에서 누르겠다며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 원장, 탁구선수 출신인 이에리사(66) 전 국회의원 등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자 29일 홀로 후보등록을 마쳤다.

강 교수 등 이들 4명은 28일 회동해 단일화 논의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교수는 이후 이종걸 전 의원을 만났고, 그와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29일 “이종걸 후보. 강신욱 후보에 통큰 양보로 체육회장 후보 단일화 사실상 완성! 강신욱 후보의 당선을 기원합니다. 28일 밤 9시부터 11시40분까지 두사람이 배석자 없이 숙의한 끝에 이종걸 후보의 결단으로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의 글이 이종걸 전 의원 지인들의 단톡방에 올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욱 교수는 앞서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체육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조직화된 분위기가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핵심은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시스템을 흐트러뜨린 사람들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분명한 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준상 회장은 장고를 거듭하다 이날 오후 늦게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에리사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고, 윤강로 원장도 출마를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영달-이종걸-강신욱으로 이어지는 바람잡이 선거꾼들이 후보등록을 앞두고 출마의사를 오락가락 번복하는 것도 모자라 번갈아가며 릴레이로 후보를 내세우는 야합을 자행했다”면서 “후보단일화를 빙자하여 저를 비롯한 윤강로, 이에리사 후보를 우롱한 강신욱 교수의 이중적 처신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통해 심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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