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대호, 판공비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립니다...
이대호 프로야구 선수협회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판공비 증액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관행이어서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과 이대호 회장의 판공비 지급 논란으로 선수협의 허술한 시스템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관행’으로 포장돼 오랜 기간 이어져온 선수협의 안일한 회계 시스템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보호을 위해 힘쓰는 선수협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 회장은 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회장의 판공비 ‘셀프 인상’ 논란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그동안 선수협의 회계 처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는지 또한 낱낱히 밝혀졌다.

2012년 1월 선수협은 ‘판공비는 반드시 카드로 결제하고 증빙 자료 없는 판공비는 부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회장이 받은 판공비에는 사적으로 쓸 수 있는 임원보수차원의 급여와 공적으로 활용해야하는 업무추진비가 섞여있다. 또한 법인카드가 아닌 이 회장 개인 계좌로 지급됐다. 일반적인 회사 회계 감사에선 충분히 지적받을 수 있는 사항이다. 이에 대해 조민 변호사는 “이 회장은 판공비가 관행상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시정조치가 없었던 것은 회장을 맡고나서 협회 차원에서 인수인계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고있다. 앞으로 철저히 시정조치해서 추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시정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특히 이 회장이 영입한 김 사무총장 등 외부 인사들이 미리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지적했더라면 이번 논란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함께 관행이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 회장은 “나 역시도 그 부분이 마음 아프다. 선수협이 잘 되기 위해 영입했는데 같이 실수를 했다. 이번 논란에 대한 기사를 보고 많이 힘들었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이런일이 터질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관행대로 받아왔고 했던대로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이어져왔기에 나 역시도 따라온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회장과 좋은 쪽으로 시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그간 이 회장의 판공비를 세금 처리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급여라고 인식해 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게됐고 바로 시정조치 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뿌리깊은 관행 철폐를 약속했다. 또한 판공비가 언제부터 현금으로 지급됐는지, 그리고 사용 내역도 추후 법률 검토를 통해 공개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관행이란 테두리에 갇혀 별다른 문제 제기없이 이어져온 선수협의 허술한 시스템이 이번 판공비 논란으로 드러났다. 이제부턴 어떻게 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회장은 “이렇게 물러나면 다음 회장에게도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바닥으로 추락한 선수협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밝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선 철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지 않으면 선수협의 미래도 없다.

superpower@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