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최하나 감독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90년대생 신인감독들이 스크린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의 도서는 센세이션했다. ‘90년대생’이 의미하는 바가 새로운 세대가 왔음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계에도 20~30대 젊은 청춘 신인감독들이 대거 입봉하면서 세대교체를 시사했다.

영화감독이라 하면 중후한 어른들의 전유물과 같은 시기가 있었다. 현장의 수장으로서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해야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고, 통상적으로 주연배우들보다 연륜이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이제는 낡은 선입견에 불과해졌다. 1990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20대 후반~30대 초반 감독들이 메가폰을 들고 단편을 넘어 장편, 독립을 넘어 상업영화까지 영향을 뻗쳐 나가고 있다.

영화 ‘콜’의 이충현 감독은 1990년생이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박신혜, 전종서를 중심으로 김성령, 이엘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합류했는데, 이 영화의 감독은 앳된 얼굴의 이충현 감독이었던 것.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 당시 이충현 감독은 통통 튀는 입담과 훈훈한 비주얼로 배우들 못지 않게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선보인 ‘몸 값’으로 2016년 제17회 대구단편영화제 국내경쟁우수상을 시작으로 대단한 단편영화제, 파리한국여화에,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영화 콜-애비규환

자연스레 그의 첫 장편 영화인 ‘콜’에도 관심이 쏟아졌지만, 야속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연기되고, 결국 넷플릭스 행을 택하면서 오는 27일에서야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이충현 감독은 OTT 단독 공개 스마트폰 단편 영화인 ‘하트어택’으로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 중이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애비규환’의 최하나 감독은 1992년생으로 20대 감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최하나 감독은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애비규환’으로 당찬 20대 임산부 토일(정수정 분)이 아빠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기를 위트 있고 재기발랄하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제목부터 눈길이 가는 개성 뚜렷한 ‘애비규환’은 최 감독이 한예종 졸업작품으로 쓴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장편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이외에도 제40회 영평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최근 전종서, 손석구 주연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 ‘우리, 자영’ 연출 소식을 알린 정가영 감독들도 충무로가 주목하는 90년대생 감독들이다. 이처럼 충무로의 젊은 피들은 한국 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재원으로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또 감독의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는만큼 담아내는 시대상의 폭도 넓어지고 박신혜, 정수정, 전종서와 같이 주연배우들의 나이대도 어려지는 등 여러 나비효과도 발생하고 있어 이들이 불러올 변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 영화 관계자는 “어리다고 연출력이나 현장 지휘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평적인 구조에서 더욱 원활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충현 감독의 경우 뚜렷한 기대주로 꼽히고 있고, 최하나 감독은 여러 관계자들도 ‘애비규환’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했다. 배우들의 만족감도 컸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신예”라고 귀띔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하트어택, 리틀빅픽처스, 넷플릭스, 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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