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매회 방송마다 이슈가 되고, 다른 한편으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SBS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올해로 벌써 28주년을 맞았다.

1991년 3월 첫방송을 시작한 ‘그알’은 현재까지 ‘오창 맨홀 살인사건’, ‘문경 십자가 죽음의 비밀’,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 미제사건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신천지, 사랑제일교회’, ‘n번방 사건’ 등 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양하게 다루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알’은 잊혀진 사건을 공론화시키는 한편 때론 억울한 피해자의 누명을 벗기는데 일조하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최근 제작진은 ‘SBS 창사 30주년’을 맞아 여전히 잦아들지 않는 사회적 분노 현상의 원인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사법제도, 주식과 금융사기, 국민의 알권리 등을 주제로 불공정한 사회의 이면을 취재했다.

3부작을 기획한 이동원, 문치영, 이기현PD는 “아이 유괴 사건, 여성·장애인 인권 문제, 뺑소니 음주운전 등 방송 초기 다뤘던 주제를 살펴보니 현재에도 다를 바가 없더라. 그래서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가 묻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주제 선정 전, 세명의 PD가 공감했던 내용은 현재 사람들이 사회·제도를 불신하고 불공정하다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PD들은 ‘1부: 사법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한 제도의 불공정성’, ‘2부: 주식 열풍의 민낯과 BBK 사건’, ‘3부: 청와대 UFO 사건을 통한 국민의 알권리’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이번 30주년 특집의 반응은 뜨거웠다. 무엇보다 방송 이후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9일 SBS 본사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동원·문치영·이기현 PD를 만나 최근 창사 30주년 3부작 특집 ‘세상이 나아지는가’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동원 PD
Q. 잊혀진 사건을 공론화시켰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이동원PD(이하 원):

재심재판 등 여러 사건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자료가 증거자료가 될 때가 많다. 지난해 화성 8차 사건때 재심청구에 대한 사건기록이 캐비넷에 보관돼있어 1번 자료로 활용하게 됐다. 92년 PD, 작가들이 잘 취재해 보관해놓은 자료가 지난해 이춘재란 사람이 진범으로 밝혀지면서 누군가의 무죄를 밝힐 수 있었던 증거가 된거다. 이렇게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

Q. 1편(죄수의 기억) 사법 피해자들 인터뷰서 모자이크를 안해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원: 모두 그알에 한번 이상 나왔던 분들이다. 당시엔 모자이크, 음성변조를 했지만 이번에는 얼굴 노출을 하겠다고 하셨다. 나오신 분들은 이전 인터뷰에서 얼굴을 가리고 억울하다고 말했더니 방송 이후 ‘거짓말하지마라. 떳떳하지 못해서 아니냐’는 말들을 듣고 상처를 받으신 경험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내가 떳떳하게 나와야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줄거고, 검사나 형사들도 우리를 다르게 보지 않겠냐하셨다.

Q. 대역을 쓰거나 자극적인 연출도 특색있는 부분이다.

원:미스테리 다큐를 표방하는 만큼 스토리텔링이 우리의 강점이다. 일반 시사프로그램은 딱딱한 팩트만 전달하지만 우리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한다. 쉽게 이야기하고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재연을 넣고, 자극적인 연출이 이뤄진 것 같다. 요즘은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의 요구들을 할 만큼 눈높이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점도 반영해 현실적으로 와닿게 만들고자 했다. 30년을 향해가는 시점에 우리는 시청률에 연연해하기보단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 더 고민한다.

이기현 PD

Q. 14년째 함께해 온 MC 김상중의 역할은 어떤지.이기현PD(이하 현):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신다. 특히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먼저 내고, 스케쥴도 미리부터 비워두고, 챙겨줘 감사하다. 예전 아동학대 아이템한다고 했을 때 본인이 예전에 했던 아이템들에 관해 사례를 열거하며 아동학대 사건들이 반짝 이슈만 되고 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줘서 사건 이후를 살펴본 방송을 한 적도 있다.

원:

방송이 편집되면 더빙단계에서 가장 먼저 보시는 분이다. 매주 금요일은 항상 약속된 시간보다 먼저와서 기다리신다. 현장 촬영때도 시간을 빼서 먼저 오신다.

Q. 방송이 불발된 고 김성재 편 방송을 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논의가 진행중으로, 추후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2부에 계속>

melody@sportsseoul.com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문치영(왼쪽부터), 이동원, 이기현 PD(왼쪽부터).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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