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은퇴
LG 트윈스 정근우가 11일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당하고 쾌활했다. 외부 평가 그대로 스스로를 최고 2루수로 꼽으면서 미소와 함께 16년 커리어 마침표를 찍었다. SK, 한화, 그리고 LG에서 2루수로 활약해온 정근우(38)가 시원하면서도 솔직하게 은퇴 소감을 밝혔다.

정근우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지난 8일 구단을 통해 은퇴를 발표한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6년 동안 프로선수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주위에 고마움을 돌렸다. 정근우는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야구선수 정근우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어릴 때부터 야구 시켜주시느라 고생하신 아버지, 어머니, 누나, 그리고 항상 잘 케어해주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감사드린다.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고마운 마음 뿐이다.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집에 돌아오는데 애들이 큰 절을 하면서 고생했다고 했다. 와이프도 지금까지 매 경기가 행복했고 좋은 추억이었다고 하는데 참 그 순간이 감동스러웠다”고 웃었다.

늘 작지만 큰 존재였다. 공수주 모두 뛰어난 만능 2루수이자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역대 2루수 최고 타율(0.302), 최다 안타(1877개), 최다 득점(1072점), 최다 도루(371개), 최다 볼넷(665개)을 기록하며 한국야구 역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KBO리그 통산 최다 끝내기 안타(16개)도 달성했다. 정근우는 “2루수로 은퇴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사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도 2루수였다. 올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을 때 지금 내 모습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분들처럼 나 역시 예전 2루수 모습을 기대했는데 당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이 은퇴 시기라고 생각했고 은퇴를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SS포토]우승 트로피 들어올리는 이대호와 정근우
2015년 11월 2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결승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미국에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주장 정근우(오른쪽)와 이대호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가장 행복하게 플레이했던 순간을 두고는 “2006년 골든글러브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정말 탄탄대로가 아니었나 싶다. 2루수로서 우승과 국가대표 등 많은 것을 이뤘다”며 “2008 올림픽과 2015 프리미어12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프리미어12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루수로 나선 마지막 경기가 됐다. 당시 주장을 맡아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한국야구를 세계 정상으로 올린 순간을 회상했다..

다소 불리한 신체조건을 딛고 최고로 우뚝 선 자부심도 드러냈다. 정근우는 “주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최고 2루수가 맞는 것 같다. 2루수로 세운 기록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고 웃으며 “그만큼 열심히 했고 행복한 마음으로 마무리한다. 후배들이 나를 넘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로 떠날 수 있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또한 작은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 같은 게 있다. 얼마 전에 김지찬 선수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네 팬이고 네 경기 열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우리팀 신민재 선수도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선수다. 지금은 백업이지만 앞으로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올해 나와 경쟁한 (정)주현이는 향후 단순히 주전 2루수가 아닌 LG의 승리를 이끄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후배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선취점정근우\'주먹에감정지실으면안돼!\'[포토]
LG 정근우가 지난 6월 3일 잠실 삼성전에서 득점한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야구로 인연을 맺은 스승들과 1982년생 동기들에는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시했다. 정근우는 “조성욱 감독님과 김성근 감독님 등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주신 지도자분들이 참 많다. 은퇴하니 스승님들을 향한 고마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며 “우리 동기들 또한 모두 대단하고 존경하는 친구들이다. 다들 지금까지 수고했고 내년에도 뛰는 친구들은 더 응원하고 싶다.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정근우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 여러가지 길을 열어둔 상태”라며 “나는 행복하게 야구하면서 꿈을 이룬 선수다. 이에 대한 고마움을 보답하는 일을 하고 싶다. 지도자든, 또 다른 일이든 가족을 첫 번째로 생각하면서 미래를 계획하겠다”고 현역 선수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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