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써치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짧고 굵은 TV드라마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5G 속도의 시대가 되어 가면서 세상은 여기저기서 빠름을 외치고 있다. 자연스레 문화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쳐 짧게 소비할 수 있는 20~30분 형태의 숏폼 드라마가 나타난 것과 같이, 이제는 회차 자체가 짧아져 전체적인 드라마의 기간도 줄어드는 형태의 드라마도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기존 TV드라마라고 하면 16부작이 기본 포맷으로 인지됐으나 이제는 8~12부작 드라마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앞서 방영한 KBS2 ‘좀비탐정’은 12부작으로 좀비라는 신선한 소재만큼이나 짧고 굵은 회차로 임팩트를 남기고 떠났고, 현재 방영 중인 tvN ‘산후조리원’이나 OCN ‘써치’ 역시 각각 8부작, 10부작으로 구성돼있다.

물론 ‘써치’의 경우 OCN이 꾸준히 시도중인 드라마틱 시네마로 영화와 드라마를 결합한 형태기에 회차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태다. 또 ‘밀리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도 충실하기 위해 빠른 전개가 필수인 것. ‘산후조리원’ 역시 산후조리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내는만큼 8부작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편성으로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과거 ‘쌉니다 천리마마트’ 역시 마트 내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12부작이었지만 유쾌한 리듬감과 속도감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은 기승전결이 명확한 드라마 형태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산후조리원 이야기라 길게 갈 순 없지만 공감되는 드라마인데 빨리 끝나 아쉽다”, “시즌2를 염두한게 아닐까”, “고구마 없는 사이다 드라마라 좋다”라며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짧은 형태의 드라마는 빠르게 급변하는 세상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물론 현실적인 자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각 방송사마다 한해에 방영하는 드라마 작품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드라마간 휴식기도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드라마보다는 예능이 인풋 대비 아웃풋의 수익구조에서는 유리하다. 하지만 방송사의 역할으로라도 드라마는 유지되어야 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하다보니 이 같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무조건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것보다 질로 승부하겠다는 변화도 더 나은 콘텐츠로 향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여러 방송사에서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외국 드라마와 같이 시즌제 드라마도 점점 국내에서 자리잡아 감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모든 드라마가 이 같은 추세를 따라가는건 아니다. SBS ‘펜트하우스’의 경우 20부작으로 구성돼 ‘산후조리원’과 비교해 3배가 넘는 기간 동안 방영된다. 오히려 ‘펜트하우스’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긴 호흡으로 끌고 가면서 ‘김순옥 월드’에 올인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처럼 국내 드라마들 역시 OTT 등 다양한 견제구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생존법을 찾아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상파 드라마가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시청률만 봐도 위기임을 확실하다”며 “각 방송사에서 자구책을 위해 여러 안을 내놓고 도전하고 있는 과도기”라고 전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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