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정근우,동점적시타의포효!
LG 트윈스 정근우가 4일 수원 kt전에서 6-7로 뒤진 8회 대타로 나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쳐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8일 잠실구장은 온도차가 심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KT와 플레이오프(PO)를 앞둔 주축 선수들이 결전을 앞둔 마지막 담금질에 나섰다. 같은 시간 선수단 사무실에서는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팀은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KBO리그 전체 일정이 미뤄져 선수단 정리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고충이 엿보였다.

이날 두산은 투수 권혁과 김승회, 포수 정상호를 방출했다. 이미 한화 이용규, KIA 김주찬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렸고, LG 정근우는 은퇴를 결정했다. ‘야구 좀 한다’던 선수들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베테랑을 대하는 구단들의 자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어린 선수를 키우려면 같은 포지션에 베테랑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능성만 보고 경기에 내보냈는데 본인이 위축돼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 뚝심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한 발 뒤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줘야 한다. 이럴 때 전력 누수를 막으려면 베테랑들이 그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피날레 등판을 한 배영수, 올해 최용제의 성장을 이끈 정상호 등이 좋은 예다.

[포토] 6회 득점 기회 만드는 이용규
한화 이용규가 6회초 2루타를 친 후 세이프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 감독은 “다른 팀에서 뛸 때 기량, 선수단 내부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베테랑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선수들이어야 베테랑에게도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올해 각 구단의 방출 선수 명단을 살펴보면 그간 짙게 드리워져 있던 온정주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생긴 경기침체를 빌미삼아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단주가 특별히 애착을 가진 몇몇 베테랑을 제외하고는 ‘같은 값이면 젊은 피’ 기조에 맞춰 방출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김성근 코치고문은 선수 출신 단장 시대로 접어들었을 때 “선수들에게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 야구인 단장이 선수단 개편작업을 단행하면 ‘야구도 모르면서’라는 비난이 따라 붙는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그룹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마뜩찮다. 현장을 잘 아는 야구인 출신이 선수 구성을 책임지는 단장 자리에 앉아 후배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그림이 그룹과 구단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줄이는 방패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팀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맞춰 선수를 구성한 뒤 감독을 선임하는 최근 풍토도 베테랑 퇴출 명분을 정당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온)김주찬 \'추격의 적시타~\'
KIA 김주찬이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적시타를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100명 가량 선수들이 모여 있으면 크고 작은 잡음은 불가피하다. 잡음이 팀의 미래를 위한 건전한 토론이 아닌,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엄중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 유야무야 넘어가던 관행을 깨고 ‘방향성’이라는 이름으로 결단을 내리는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온정이 아닌 철저한 비지니스로, 고비용 저효율을 척폐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한편으로는 올해 쏟아지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또한 철저히 비용대비 효과를 치열하게 고민한 뒤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산업화 시대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 KBO리그가 또 한 번 관도기에 접어들었다. 국가대표급 베테랑들의 잇딴 퇴단은 그 신호탄이다. ‘위드 코로나’시대를 맞는 각 구단의 새 전략이기도 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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