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전북 현대 이동국이 지난6월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K리그1 5라운드 FC서울과의 경기에서 2-1로 앞선 후반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모니를 하고있다. 2020.06.06.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한국 축구 레전드 이동국(41·전북 현대)이 축구화를 벗는다.

이동국은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이동국은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했던 올시즌을 끝으로 저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습니다”라면서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라는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동국은 내달 1일 대구FC와의 K리그1 최종전에서 은퇴경기를 치른다. 공식적으로 축구화를 벗는 이동국은 11월 재개되는 A급 지도자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초반까지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전북 공격의 기둥 구실을 했다. 초반 10경기에서 4골을 기록할 정도로 여전한 득점력을 보여줬다. 건재함을 자랑하던 이동국은 지난 7월 무릎 부상을 당한 후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동국 측근에 따르면 이때부터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관계자는 “회복 속도가 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라면서 “지난주에 구단에 들어가 은퇴를 이야기했다. 울산전 결과와는 관계 없이 그만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선수들은 ‘장난치지 마라’며 믿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진짜였다. 다들 놀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는 물론이고 K리그의 전설적인 공격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혜성 같이 등장한 그는 1990년대 말의 스포츠스타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웬만한 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구가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A매치 105경기에 출전한 대표팀의 간판이기도 했다. 시련도 있었다. 이동국에게는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독일 베르더 브레멘,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서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월드컵과도 인연이 없었다. 2002 멤버에 선발되지 않았고, 2006년에는 불의의 부상으로 대회에 함께하지 못했다. 2010년 월드컵에서도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가운데 대회에 참가하면서 활약하지 못했다.

대신 이동국은 K리그에서 그 누구도 범점할 수 없는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전북에서 쌓은 커리어는 전설 그 자체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은 K리그 7회 우승을 달성하며 전북을 명가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회 정상에 섰다. 현재 이동국은 547경기 228득점7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K리그 통산 득점 1위이자 공격포인트 선두를 지키고 있다. 2위 데얀과는 30골 차라 사실상 추격이 불가능에 가깝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어쩌면 불멸의 기록을 남기고 떠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동국은 축구의 불모지였던 전주를 축구의 도시로 만든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동국 합류 전까지 전북은 사실 ‘그저 그런’ 팀이었다. 늘 하위권에 머물렀고, 관중이 많은 편도 아니었다. 그랬던 전북은 이동국 합류 후 축구에 살고 죽는 축구 도시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구 65만여명의 작은 도시에서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1만명이 넘는 관중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모였다. 시내에 가면 전북을 후원하는 크고 작은 ‘후원의 집’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전북은 다른 팀에 비해 유니폼을 착용한 팬이 많기로 유명한데 이동국의 비중이 특히 컸다. 전북이 지금의 큰 팀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이 바로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팀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했다. 마흔살을 훌쩍 넘은 이동국은 까마득한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최강희 감독이 떠난 후에도 김상식 코치와 마음을 모아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았고, 결국 K리그 최초 4연패의 발만을 마련했다. 울산전 승리 후 홍정호는 “이 팀에 와 많은 것을 배웠다. 동국이형을 비롯해 고참들이 잘 이끌어주고 후배들도 잘 따르며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동국이형 존재가 제일 크다. 가운데서 팀을 지켜주며 이끌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이동국을 승리의 숨은 주연으로 꼽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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