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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중 E&I컴퍼니 미래전략연구소장

[스포츠서울] 최근 주식시장에서 빅히트 엔트테인먼트의 주가가 상장 직후 며칠간 크게 빠져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BTS의 가치가 빅히트가 아닌 BTS 스스로에게 귀속돼 타사 대비 프리미엄을 무한대로 확장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처럼 회사의 수익을 발생시키는 펀더멘털이 약하면 주가는 빠지게 마련이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지금 거래소에서 형성되는 암호화폐 가치는 단순히 심리적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지만 3~4년 후에는 재단의 신뢰도와 화폐의 실시장규모, 즉 펀더멘털이 가격형성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재단의 ‘신뢰지수’(Trust Index)가 개별 화폐의 거래량과 실사용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암호화폐의 실생활 정착을 위해서는 재단의 투명성과 신뢰도 제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행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화는 국가가 파산하지 않는 한 휴지조각이 될 일은 없다. 그러나 암호화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 당장 물건값으로 암호화폐를 받았다면 매장주인은 안심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 재단들을 상대로 거래소 상장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고민에 봉착한 부분이 바로 이 문제였다. 재단에 대한 신뢰평가자료가 미비하고 이를 넘어 많은 재단들이 상장 후 펀더멘털, 즉 화폐가 실생활에 사용될 생태계 조성에 대한 고민과 운영정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화폐의 신뢰도 평가자료는 일부 거래소에서 자체 상장심사 과정에서 수집되고 있지만 거래소마다 심사기준이 천차만별이어서 거래소 이용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물론 국내 상위 거래소들의 심사기준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일부 정보를 공개하고는 있지만 암호화폐의 기능과 안전성, 미래 시장가치, 생태계에 대한 분석정보가 좀 더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거래소를 넘어 암호화폐 시장은 이른 시일내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종이화폐를 넘어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화폐 ‘CBDC’ 발행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중국이나 스웨덴, 대만 등 일부 국가들은 이미 전자화폐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에서 발행한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의 전자화폐에 대응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당초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자간 거래내역이 암호화되고 거래수수료가 없으며 해킹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화폐의 대체수단으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금통법 시행으로 거래소 및 재단의 지갑에 AML(자금세탁방지) 기능이 적용되고 실계좌거래, 중앙은행의 전자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면 거래내역이 모두 오픈되고 기존 암호화폐 본연의 메리트도 사라지게 된다.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암호화폐 본연의 가치를 넘어 개별 화폐만의 차별성과 기능을 최대한 살린 생태계 설계 없이는 향후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수 있다. 지금껏 정당, 게임, 문화예술, 교육, 레저 등등 저마다 특화된 코인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생태계 조성에 대한 고민과 노력없이 상장만을 목적으로 근시안적으로 설계된 탓에 사용도 제대로 안된 채 거의 모두 시장에서 사라졌다. 앞으로도 이용자들에게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분석 없이 설계된 코인들은 이처럼 쓸모없이 무의미하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의 생태계 조성을 통해 화폐의 실질적 가치를 높여 시장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거래소와 재단이 함께 생존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일단 재단과 화폐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구축되면 생태계 조성은 한층 쉬워진다. 지금은 매장주인들이 물건값으로 암호화폐를 받을 경우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겠지만 3년 후에도 가치변동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된다면 그제서야 암호화폐가 실생활에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구매한 암호화폐를 시장에서 사용하고 암호화폐로 지급받은 사람들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임영중 E&I컴퍼니 미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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