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양현종, 모자에 새긴...웨스틴 브룩스?
KIA 타이거즈 선발 양현종이 9월 22일 광주 키움전에서 역투하고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창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명분은 충분하다. 이미 소속팀은 물론 리그 전체로 봐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골든글러브, MVP,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모든 것을 다 이뤘다. 올해 유독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는 있으나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진다. 마침 약 6주 후면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도 얻는다. 해외진출 마지막 적기인 만큼 얼마든지 메이저리그(ML) 진출을 노려볼만 하다.

스스로도 이를 숨기지 않았다. 이미 지난겨울 발표한 것처럼 빅리그도 여전히 머릿속에 넣어뒀음을 암시했다. 양현종(32)은 지난 13일 창원 NC전에서 시즌 10승, 개인통산 146승을 올린 후 오는 겨울 빅리그행을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아홉수에서 탈출한 그는 “나는 어린시절부터 타이거즈 야구만 바라봤다. 선동열 감독님과 같은 승수를 올렸다는 것 만으로도 영광스럽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아프지 않고 은퇴하기 전까지 이강철 감독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소감을 밝히고 타어거즈 프랜차이즈 정상에 오를 것을 다짐했다.

한국야구 역사에서 양현종보다 많은 승리를 거둔 투수는 한화 송진우 코치(210승)와 정민철 단장(161승), 그리고 KT 이강철 감독(152승) 뿐이다. 통산 다승 부문에서 선동열 전 감독과 타이가 됐고 앞으로 7승을 더하면 이 감독도 넘어선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뒀고 앞으로 3, 4년 전성기를 이어간다고 가정하면 은퇴시점에서는 내심 200승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다른 목표도 있다. 꿈의 무대인 ML에 입성할 경우 한국에서 다승행진은 쉼표를 찍는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136승에 멈춰있는 것처럼 양현종 또한 이듬해부터는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며 새로운 이력서를 쓰게 된다. 양현종은 ‘이듬해 타이거즈 최다승을 목표로 삼고 있나?’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직 이런 얘기를 하기 이른 시점이기는 하다. 그런데 타이거즈 최다승은 내년이 아니라도 은퇴하기 전에는 꼭 하고 싶다. 은퇴했을 때 이강철 감독님 기록을 넘어서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빅리그 진출 후 한국에 돌아와 153승을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빅리그 입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ML 스카우트들이 꾸준히 양현종을 주시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올해 김광현이 ML에서 맹활약을 펼친 게 양현종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10년대 KBO리그를 이끌어온 두 명의 특급 왼손투수가 최고 무대에서 기량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류현진처럼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과 전력분석을 통해 선발투수로서 노련미를 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김광현은 빅리그 최고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와 호흡을 맞추며 KBO리그 시절보다 정교하고 노련한 투구를 펼쳐보였다. 오히려 구속은 SK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해보다 덜 나왔지만 평균자책점 1.62를 찍었다.

[포토] 양현종-김광현-류현진 \'괴물 좌완 3총사\'
양현종, 김광현, 류현진 등이 2018년 12월 6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진행된 ‘2018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ML 정규시즌은 팀당 60경기로 축소됐고 무관중 체제로 진행됐다. 자연스레 구단간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FA 시장 규모 또한 지난해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흐름이 중소형 FA가 될 양현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그 반대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양현종의 행선지가 어디가 되든 유의미한 2021시즌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에 남으면 이 감독을 넘어 역대 최다승 부문 3위에 오를 수 있다. 태평양을 건너면 류현진, 김광현에 이어 21세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트로이카가 나란히 꿈의 무대에서 힘차게 공을 던진다. 어떤 광경이 펼쳐지든 야구팬 입장에서는 가슴 뛰는 일이 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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