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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지난주 칼럼의 반향은 짐짓 뜨거웠다.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인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왜 체육계에선 지켜지지 않는지에 대한 비판에 체육현장의 과분한 응원이 물밀듯 쇄도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반대의 의견도 제기되긴 했지만 대다수의 의견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문화·예술정책의 대원칙이 체육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게 논리적 귀결점으로 모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KOC(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움직임은 민감하면서도 폭발력이 큰 이슈다. 문 대통령이 문화·예술인을 향해 천명한 ‘팔길이 원칙’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안 자체가 체육 지형을 뒤흔들만한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체육계가 공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의 향방보다 논의 과정에서 체육의 주체가 쏙 빠져버린 절차의 비민주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양성이라는 시대적 가치와 동떨어진 독단과 배제는 폭력의 또다른 이름일 수 있다. 체육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을 명징하게 밝히기는 힘들었는데 더이상 그러한 고민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난 주말 한 체육인이 보내온 동영상에는 대통령의 체육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명확한 ‘워딩’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동영상 참고>

문 대통령은 제 19대 대통령선거가 열리기 꼭 한달 전인 2017년 4월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17대한민국체육인대회’에서 자신의 체육철학을 당당하게 밝혔다. 더욱이 그 자리는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와 대리인들도 대거 참여했던 만큼 결코 가벼운 연설로 넘겨 버릴 수는 없었다. 체육분야 공약을 체육인들 앞에서 발표하는 그런 자리였던 만큼 연설의 무게감과 책임감은 남달랐다. 당시 연설의 요지는 이랬다.

“그동안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정부 때문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습니까? 국가는 최대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통합 대한체육회,시·도체육회,각 경기단체 이런 모든 체육단체의 자율성이 털끝하나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당시 후보자였던 문대통령의 연설은 ‘팔길이 원칙’을 체육정책의 뼈대로 삼겠다는 의지 표명에 방점이 찍혔다. 전횡에 가까웠던 전임 정부의 간섭에 이골이 났던 체육계는 전폭적인 지지로 문 후보의 공약에 화답했다. 모든 체육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지원해준 게 문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큰 힘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체육인 앞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의 당시 동영상 연설에는 거짓없는 신심(信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렇다면 체육계 목소리와 상반되는 KOC 분리는 누구의 뜻인가. 선거 전, 체육인들 앞에서 ‘팔길이 원칙’을 금석맹약(金石盟約)처럼 다짐한 대통령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대통령의 눈을 흐리고 귀를 막는 불충한 세력들이 있는 것일까. 논리보다 우선하는 게 약속이다. 그것도 대통령이 한 약속은 서푼짜리 그런 종류의 것은 더더욱 아닐진대…. 약속은 갚지 않은 부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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