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브룩스 \'수비 좋았어\'
KIA 선발투수 브룩스가 6회말 1사1,2루 상대 박용택을 병살로 처리한 후 박찬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내가 작아서 그런지, 키 큰 선수들이 좋더라고. 허허허.”

KIA 조계현 단장은 2021년 신인 2차드래프트 결과표를 받아들고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권윤민 팀장을 비롯한 스카우트팀이 폭염과 폭우를 뚫고 전국 각지를 누비며 리스트업한 선수들을 원하는 라운드에 대체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투수와 야수를 고루 선발한 조 단장은 “즉시전력감과 미래 자원을 구분해 전략을 수립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키 크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올해도 거의 이룬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KIA가 3년 전부터 기조로 내세운 ‘장신 강속구 투수 집중 육성’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200824)2021년 신인 1차 이의리 지명
이의리. KIA타이거즈 제공

1차 지명으로 뽑은 광주일고 왼손 에이스 이의리도 신장이 186㎝다. 고졸 예정자인데도 시속 145㎞ 이상 빠른 공을 뿌려 포스트 양현종으로 꼽히는 기대주다. 예상을 깨고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고려대 박건우(22)는 신장이 193㎝에 이른다.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이 지난 7월 충북 보은에 위치한 스포츠파크에서 측정한 박건우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6㎞였다. 포심 평균 회전수가 2336rpm으로 측정되는 등 수준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박건우가 고평가를 받은 이유는 119㎞대 커브를 구사한다는 점인데, 커브 회전수는 2642rpm에 달했다. KBO리그에서 커브를 결정구로 구사할 수 있는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조 단장은 “(박)건우는 대졸 예정자이기 때문에 성인 야구를 어느정도 경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 운영 능력도 좋아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신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닉 밴덴헐크, 더스틴 니퍼트 등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투수들이 등장하면서 필승카드로 떠올랐다. 장신 투수는 공이 날아드는 각이 좋기 때문에 타자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다. 두산 포수 정상호는 “장신 투수가 던지는 공은 어깨 높이라고 판단해 스윙을 참으면 무릎 높이에 꽂힌다. 시각적인 위압감이 단신 투수에 비해 훨씬 크다”고 밝혔다. 명투수 출신인 조 단장은 “위에서 내리 꽂히는 강속구 투수는 보는 팬들에게도 청량감을 준다. 우리가 야구할 때와 달리 타자들의 기술과 보호장비가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투수들도 하드웨어가 좋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포토] KIA 정해영, 불 끄러 나왔습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8일 광주 LG전에서 3-2로 앞선 8회 1사 1,2루 위기를 맞아 등판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실제로 KIA가 올해 선발한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은 신장이 193㎝로 큰 편이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1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김명찬(187㎝) 고영창(189㎝) 홍상삼(188㎝) 양승철(193㎝) 등 미완의 대기들도 대부분 장신이다.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 등은 실전과 훈련을 병행하며 가다듬을 수 있지만, 신체조건은 타고나야 하는 측면이 크다. 올해 뽑은 신인 투수들도 최소 182㎝ 이상이다. 장신 강속구 투수를 체계적으로 가다듬어 투수 왕국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게 조 단장의 구상이다. 성패는 갈릴 수 있지만 색깔은 분명한 KIA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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