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MLB-PHI-TOR/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이 20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원정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 USA투데이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때로는 운이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진다. 그만큼 야구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투수가 아무리 땅볼 타구를 유도해도 공이 절묘하게 내야진을 넘어가면 안타가 된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3)이 5회말 불운의 코스 안타로 아쉬움을 삼켰다.

류현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원정경기에서 99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6안타 8탈삼진 1볼넷 2실점했다. 시즌 5승에는 실패했고 2패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3.00을 유지했다. 토론토는 1-3으로 필라델피아에 패하며 6연패에 빠졌다.

어떻게든 류현진이 승리로 이끄는 호투를 펼쳐야 하는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토론토는 선발진 붕괴로 인해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했다. 지난 14일 뉴욕 메츠전에서 류현진의 6이닝 1실점 활약으로 승리한 후 선발투수들이 일제히 무너져 추락했다.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높지만 5번 시드에서 8번 시드까지 내려 앉았다.

단 한 이닝, 5회말이 문제였다. 류현진은 5회말을 제외하면 늘 그랬듯 다채로운 볼배합과 정교한 코너워크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초반에는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3회말 ‘3억 달러 사나이’ 브라이스 하퍼와 승부는 이날 류현진 투구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난해부터 바깥쪽 공 공략에 애를 먹고 있는 하퍼에 맞서 아웃코스 위주의 볼배합을 펼치다가 6구 체인지업을 몸쪽으로 절묘하게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류현진의 영리함과 정교함, 그리고 배짱을 두루 엿볼 수 있는 투구였다.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체인지업이 실투가 될 경우 장타 혹은 몸에 맞는 볼로 연결된다. 타자 입장에서도 예상하기 힘든 공인데 하퍼는 이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다가 삼진을 당했다. 이후 하퍼는 멍한 표정으로 류현진을 바라본 후 고개를 흔들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아쉬움은 실투 하나로 인해 시작됐다. 류현진은 5회말 선두타자 제이 브루스에게 가운데 몰린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2루타를 맞았다. 거포 브루스의 힘을 고려하면 홈런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행운이 따르는 듯 했다가 불운이 반복됐다. 1사 3루에서 앤드류 냅에게 던진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이 좌전 적시타로 연결됐다. 냅의 노림수에 당한 류현진이었다. 이후 아담 헨슬러에게 중전안타. 앤드류 매커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는데 둘다 코스 안타였다. 땅볼 타구가 절묘하게 토론토 유격수 보 비셋과 2루수 캐반 비지오의 중간지점을 꿰뚫었다. 매커친 안타에 냅이 홈을 밟아 2점째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필요할 때마다 땅볼 타구를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만든다. 하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1회말부터 1루수 트래비스 쇼가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해 더블플레이를 완성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5회말 1사 후 땅볼 타구를 만들어 곧바로 이닝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는데 야구의 신은 류현진과 토론토를 외면했다. 류현진은 6회말 이날 경기 세 번째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투구를 마쳤다.

토론토 타선도 류현진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날 토론토 타자들은 제구가 불안했던 필라델피아 선발투수 빈스 벨라스케즈에 1점 밖에 뽑지 못했다. 벨라스케즈의 반대투구에 오히려 토론토 타자들이 애를 먹었다. 5회초 쇼의 솔로포가 이날 토론토 타자들이 뽑은 유일한 점수였다.

일정상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25일 뉴욕 양키스전이 유력하다. 이날까지 토론토가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를 크게 줄인다면 류현진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양키스전에 임한 후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인 양키스전이 될 수 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는 오는 30일에 열린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