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지난 1일부터 시행된 ‘유튜브 뒷광고’ 규제의 후폭풍이 거세다. 그중에서도 해당사항이 없다고 여겼던 TV 방송사들은 방송 PPL 클립 영상도 이같은 규제가 적용되자 뒤늦게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최근 유명 유튜버들 사이에서 ‘뒷광고’ 논란이 이어지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새 추천보증심사지침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31일 공개하고 1일부터 시행을 시작했다. 특히 공정위는 방송사 콘텐츠에 간접 광고로 알려진 PPL이 들어간 경우 이를 유튜브 등 온라인에 올릴 때도 광고임을 알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같은 콘텐츠라도 소비자가 이를 접하는 방식과 매체는 각기 다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콘텐츠의 광고 포함 여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는게 공정위의 설명.

공정위 취지를 반영하려면 방송사의 경우 과거 방송 클립의 PPL 여부를 다시 체크해야 한다. 공정위가 이전에 작성된 게시물에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면 이같은 지침에 방송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추천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는 방송사 PPL 클립 영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에 ‘뒷광고’ 규제를 피하기 위한 준비를 해온 유튜버들과 달리 손 놓고 있던 방송사들은 공정위의 지침 공개 하루 만에 수많은 클립 영상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방송 업계는 수십만에 이르는 클립영상에서 PPL이 포함된 영상을 구별하고 표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들은 기존 TV에 방송된 예능, 드라마 내용 중 일부를 3분에서 10분가량 클립 영상으로 편집해 올리기 때문에 그 양이 방대하다. 실제 유튜브 내 SBS 드라마 채널에는 33만개, KBS 드라마 채널 역시 10만개가 넘는 콘텐츠가 게재된 상태다. JTBC와 tvN 유튜브 채널도 5만여개의 클립 영상이 존재한다. 여기에 방송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SNS 등을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늘어난다.

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시행된 지침에 당장 많은 게시물들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근 들어서야 인기 예능들에서 ‘앞광고’식으로 PPL을 대놓고 밝히는 경우가 늘었지만, 수년전 만들어진 영상들에 등장하는 제품 혹은 장소가 PPL인지 구분하는 건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고 표시를 하지 않는 모든 PPL이 뒷광고라 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상품 등의 명칭이나 로고 등을 노출시키는 PPL은 상품에 관한 정보를 거짓·축소하는 내용이나 다른 상품을 비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길 수 있는 형태의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모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직 유튜브 등 SNS 콘텐츠 광고규제와 관련해 과도기적인 시기인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주나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에만 규제를 적용하고 방송사 PPL만 예외를 둘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건강한 콘텐츠 환경을 위해서는 방송사들에서 먼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광고 관계자는 “일각에선 이번 광고 규제가 인플루언서들이 구축해온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 게재되는 영상들은 사실상 재가공 혹은 하이라이트성 콘텐츠이기 때문에 방대한 콘텐츠 양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어도 광고 표시를 한다고 해서 크게 피해를 입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역시 과거 영상 수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다며 계도 기간을 더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부가 동영상 콘텐츠 광고 표시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방송사들 역시 대책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설명이다. 수년전부터 제기돼오던 ‘뒷광고’ 뿌리 뽑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잡음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유튜브 채널 캡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