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레터
IOC가 지난 9월9일 날짜로 대한체육회에 보낸 서한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부의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추진 움직임에 대해 강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대한체육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외압으로 스포츠 기관의 자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월9일자로 IOC가 스위스 로잔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에 보낸 서한은 ‘대한체육회의 상황’이라는 제목 아래 A4 용지 한장 분량으로 돼 있다. IOC의 제임스 매클레오드 ‘올림픽 연대(Olympic Solidarity) & 국가올림픽위원회 협력(NOC Relations)’ 국장(Director) 이름으로 보낸 것이다. 이 서한은 “IOC는 대한체육회와 관련된 최근의 사태 진전들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슬프게도 수많은 한국 선수들에게 가해진 학대(Abuse·스포츠 폭력)에 대응하는 조치로 대한체육회를 두개의 단체로 다시 분리하기 위해 실행된 것처럼 보이는 외부 압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흥
최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사건 이후 이기흥(왼쪽) 대한체육회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이 서한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스포츠에서의 괴롭힘(Harassment)과 학대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특히 대한체육회는 분리보다 단결과 안정이 필요하며, 또한 이러한 폐단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 당국의 총력 지원과 밀접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했다. 서한은 또 “알다시피 IOC는 대한체육회와 긴밀하고 일해왔고, 대한체육회가 스포츠에서의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계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을 지지해왔다”고 했다.

서한은 이와 함께 “우리는 2020년 8월31일자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 결의문에 대해 완전한 지지를 표하며,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체육회와 긴밀히 공조할 것과, 대응책을 협의할 것, 그리고 선수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데 힘을 보탤 것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는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스포츠(성)폭력의 근본적 해결방안으로 대한체육회에서 올림픽위원회(NOC) 기능 분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16년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이원화 및 갈등 해소를 위해 체육단체가 통합된지 4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올림픽위원회 기능 분리를 논하는 것은 또 다른 체육단체 이원화로 당초 통합 취지와 배치된다”며 이의 철회를 결의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 결의문
지난 8월31일 채택된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 결의문

이번 IOC 서한은 또 “우리는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결의되고 IOC에 의해 승인된 최근의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건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 때문에 정부로부터 승인이 보류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돼 놀랐다”며 “올림픽 헌장(특히 올림픽 이념의 기본원칙 5문단과 규정 제27조5, 6, 9항)에 따라 NOC는 자주적 스포츠기관이어야 하며, 어떠한 정당하지 못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함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문제를 즉시 해결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또한 촉구한다”고 했다.

IOC의 이 서한이 공개됨에 따라, 문체부가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사항이라며 추진해온 대한체육회로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정책은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출범한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는 지난해 8월 ‘성적 지상주의로 얼룩진 엘리트체육 정책을 개선하고 (성)폭력 등 체육계 적폐를 근절하기 위한’ 혁신안 중의 하나로 대한체육회로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올림픽 등 국제종합경기대회 선수단 파견 준비 등이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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