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예능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이제 예능도 ‘생존’의 시대가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예능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촬영에 여러 제약이 생긴 예능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비대면이나 프라이빗 휴식을 강조한 포맷을 선보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생존 정보’를 제공하는 예능들이 각광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방송을 중단했던 SBS 장수 예능 ‘정글의 법칙’이 약 두 달 만에 국내 오지 생존기로 돌아왔다. ‘정글의 법칙 in 와일드코리아’는 병만족이 불시에 시작된 재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정을 그린다. 타이틀만큼이나 박세리부터 박찬호, 허재, 허훈, 추성훈까지 그야말로 ‘와일드’한 체력을 가진 스포츠 스타들이 뭉쳤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촬영이 제한되면서 선택한 대안이지만, 생존키트 사용법이나 물 정화법 등 기존의 ‘정글의 법칙’에서 보다 더 실질적인 생존 정보를 제공하며 첫 회부터 시청률 두 자리 수를 돌파하는 등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광활한 태평양 바다로 간 크루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예능도 이목을 끌고 있다. 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는 모험을 꿈꿔왔던 네 남자가 요트를 타고 태평양 항해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예능. 날것 그대로의 생존기를 그리겠다며 출범한 ‘요트원정대’는 김승진 선장과 진구, 최시원, 장기하, 송호준 네 남자가 뭉쳐 낭만보다는 공간과 물자가 한정된 상황 속에서 슬기롭게 생활하는 법을 선보이며 현실감 높은 항해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TV 예능뿐 아니라 최근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끌고 있는 웹예능 ‘가짜사나이’는 유튜버 6명이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 교관들에게 훈련받으며 성장하는 생존 훈련을 현실감 있게 다뤄 총 조회수 4000만 조회수를 훌쩍 넘어섰다. 극한의 훈련 상황에서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들이 자극적이라는 평도 나왔지만 기초 체력훈련부터 달리기, 수영, 30시간 동안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교육까지 실제와 흡사한 훈련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수전전단 출신으로 전술 및 생존 전문가로 유명한 이근 대위는 ‘가짜 사나이’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2까지 예고 돼 ‘가짜사나이’ 신드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예 ‘가짜사나이’ 출연진을 중심으로 한 새 예능도 생겼다. 이근 대위가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오리지널 예능 ‘서바이블’에 고정 멤버로 출연하는 것. ‘서바이블’은 극한 상황에 놓인 출연진들이 생존 꿀팁을 실제로 따라해보고 배워보는 생존 시뮬레이션 예능이다. 이근 대위 외에도 개그맨 황제성, 김용명, 캐스터 성승헌, 가수 겸 유튜버 임현서가 출연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들고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맞닥뜨릴지 모르는 재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들이 많은 공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능 PD는 “코로나19 시국 전부터 ‘정글의 법칙’이나 ‘진짜 사나이’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땀과 눈물 때문에 진정성을 얻은 프로그램이었다. 그 기본적인 포맷에서 더 나아가, 이젠 현실로 닥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이색적 볼거리보다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실질적인 정보를 주는게 예능의 트렌드가 됐다”고 봤다.

정하은기자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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