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민 04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겉보기에 화려하진 않아도 단단함과 묵직함으로 빛을 내는 연기자들이 있다. 오동민(34)이 바로 그런 배우다.

최근 종영한 KBS2 ‘출사표’는 민원왕 구세라(나나 분)가 구청에서 참견도 하고 항의도 하고 해결도 하고 연애도 하는 오피스 로맨스코미디. 극 중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2대째 구의원을 하는 다같이진보당의 ‘고동찬’ 의원역을 맡은 오동민은 구세라와 서공명(박성훈 분)과 늘 티격태격하는 얄미운 캐릭터로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동민은 ‘출사표’를 통해 코믹한 얼굴까지 더해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지난 2018년 KBS2 단막극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로 인연을 맺은 황승기 감독, 배우 박성훈과의 인연으로 작품에 함께하께 된 오동민은 “코믹적인 호흡이 익숙하게 사용했던 저의 무기들이 아니었는데 새로운 부분들을 끌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간 해보지 않은 연기 톤인 데다 실제로도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동찬이를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성훈이 형이 ‘동찬이는 그냥 너야!’라고 농담 섞인 말을 해줬다. 평소에 장난기 어린 모습이 비슷하다고 하더라. 그런 지점을 극대화 시켜 연기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앙숙케미를 펼친 나나에 대해서 오동민은 “멋진 배우이기 이전에 멋진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낯가림이 있는 편인데 먼저 다가와서 긴장을 풀어주고 아이디어도 던져준다. 자신뿐 아니라 상대 캐릭터도 풍성하게 살려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배우다”라며 훈훈했던 촬영현장을 회상했다.

2008년 연극 ‘nabis 햄릿’으로 데뷔한 오동민은 ‘구의역 3번 출구’, ‘물속에서 숨 쉬는 법’, ‘지하의 남자’, ‘락아웃’, ‘죽지못해 산다’ 등 다수의 단편영화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2018년 현 소속사 미스틱스토리와 손을 잡은 후 KBS2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SBS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 KBS2 ‘닥터 프리즈너’,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등에 출연하며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오동민은 최근 전소민과 열애설에 휩싸이며 실검을 장악하기도 했다. 이를 언급하자 오동민은 “신기하고 황당하고 재밌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소민이 뿐만 아니라 황승기 감독님과 박성훈 형 등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출연진들과 정말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서 열애설이 나고 다들 웃었다”면서 “오히려 이번 열애설로 소민이의 영향력이 정말 크구나 실감했다. 열애설 탓에 혼삿길이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각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진학한 후 뒤늦게 연기에 입문했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치열하게 경쟁하고 공부해서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연기의 꿈을 꺼냈다. 너무 힘들어서 살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했던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부모님도 처음엔 많이 반대하셨지만 제 진심을 봐주시고 지금은 항상 응원해주신다.”

연극과 독립영화로 시작해 10년이 넘게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오동민은 “조급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사실 아직도 불안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대중의 시선과 관심을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인데, 제가 그럴 수 있을지도 걱정이지만 조급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안정될수록 대중으로부터 받는 관심이 따라올 텐데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조금씩 생긴다”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랬듯,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오동민의 연기관 역시 뚜렷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르나 캐릭터, 제작비 등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모두 했던 거 같다. 배우로서 어떤 배역을 연기해도 무채색의 인간으로 남고 싶다는 제 연기관이 그동안 필모그래피에 많이 반영된 거 같다”며 “물론 여러 작품을 하며 주로 내가 어떤 연기 근육들을 사용하게 되고, 어떤건 불편하게 느끼는지는 생겼지만 결과적으로 어디에 입혀놔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미스틱스토리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