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영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감독님 업고 동네 한 바퀴라도 뛰어야 할 정도로 정말 고마운 작품이에요.(웃음)”

배우 김정영(49)은 MBC 수목극 ‘십시일반’에서 유인호(남문철 분) 화백의 전 부인이자 연극 연출가 지설영 역을 맡아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감을 드러냈다. 20년 전 화백의 불륜 후 이혼했지만 암 투병 소식을 알게 된 후 함께 살며 화백을 돌보는 인물. 특히 극후반 지설영이 화백의 살인범으로 드러나며 충격과 함께 자신을 의심하며 대립관계를 가졌던 유빛나(김혜준 분)의 목숨까지 구하며 반전을 책임졌다.

1995년 극단 ‘한강’을 통해 데뷔했지만 종영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김정영은 긴장감과 설레임이 교차한 듯 보였다. 누군가의 조력자가 아닌 극의 흐름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인물은 처음 연기해봤다는 김정영에게 ‘십시일반’은 그만큼 배우로서도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잘 몰라서 겁 없이 한 거 같다. 나 때문에 드라마를 망치면 어떡하나, 훌륭한 연기자들이 많아 ‘나만 잘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내내 시달렸다. 그동안 엄마 역할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 내 밑천을 다 드러내서 더이상 역할이 들어오지 않을까봐도 걱정됐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는 달리 짙어지는 미스터리 속 카리스마를 발산한 김정영의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비밀을 간직한 인물을 연기하기 어렵진 않았느냐는 물음에 김정영은 “7부를 미리 찍기도 했고, 감독님도 설영이 범인이라고 미리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안 믿었다. 너무 솔직하게 말씀하시니 왠지 다른 반전이 있을 거 같더라. 그런데 결국은 저였다”고 웃으며 “오히려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더 어려울 거 같아 범인이 아닌 것처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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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 시청률은 3%대에 머물렀고, 8부작으로 확장된 탓인지 갈수록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주조연급으로 연극배우들이 대거 포진돼 구멍없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얻으며 톱스타가 즐비하는 드라마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달걀의 모든 얼굴’, ‘블라인드’, ‘원파인데이’,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등 오랜 세월 연극과 함께 해온 김정영 역시 남미정, 이윤희 등 베테랑 연극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 더욱 욕심났다고. “선배들이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함께 하고 싶었다. 배우는 애정신이든, 싸움신이든 죽는신이든 좋은 배우들과 티키타카 하며 호흡을 맞출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 그건 배우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김정영은 2018년부터 영화 ‘히치하이크’, ‘아워 바디’, ‘82년생 김지영’과 드라마 MBC ‘봄밤’, tvN ‘아스달 연대기’, tvN ‘유령을 잡아라’, tvN ‘블랙독’, KBS2 ‘본 어게인’과 SBS ‘더 킹:영원의 군주’ 등에 출연해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조금씩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정영

김정영의 차기작은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다. 이 작품에서 김정영은 실제 남편인 배우 김학선과 함께 출연한다. 또 개봉 예정인 영화 ‘오!문희’(정세교 감독)에서도 나문희의 젊은 시절로 출연해 김학선과 영화 속에서도 부부 호흡을 맞춘다. 김학선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주말극 ‘비밀의 숲2’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오주선’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부부가 작품에서 만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묻자 김정영은 “부담스럽다. 굳이 밖에서도 부부를 할 필요가 있나”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신랑이 제 작품을 열심히 봐준다. 서로 본인의 연기가 낫다며 귀여운 말다툼도 한다”며 천상 배우 부부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로 결혼 20주년이자 배우 생활 25주년을 맞았다는 김정영에게 ‘십시일반’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그는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게 만든 드라마다. 더 열심히 해야지 의욕도 생겼고, 자신감도 얻었다”며 앞으로 연기계획에 대해 “묻고 더블로 가야죠!”라며 밝게 웃음 지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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