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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23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어릴 때부터 꾸던 꿈이 이뤄졌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20년전 그렸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빅리그 선발 등판 2경기 만에 첫 선발승을 신고한 ‘스마일 K’가 마음껏 웃었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 3탈삼진 무볼넷 무실점 역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3회 2사 후 첫 안타를 허용할 정도로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두루 활용하며 신시내티 타선을 농락했다. 5회 1사 2루로 첫 실점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도 커트 카살리, 프레디 갈비스를 각각 3루 직선타, 삼진으로 처리했다. 6회까지 별 다른 위기 없이 투구를 마친 김광현은 코칭스태프와 동료의 환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ML) 진출부터 데뷔 첫 승까지 김광현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4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경쟁)을 통해 ML 진출을 노렸지만, 당시 샌디에이고의 응찰액과 계약조건이 SK와 김광현의 기대에 못 미쳐 좌절됐다. 첫 번째 ML 도전에 실패한 김광현은 절치부심 더 노력을 경주했다. 2017년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도 딛고 일어나 지난해 KBO리그에서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한 뒤 다시 ML 도전에 나섰다. SK가 대승적 차원에서 김광현의 미국 진출을 허락했고, 김광현은 다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12월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약 95억원)에 계약했다.

의욕에 찬 김광현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의 호투로 입지를 잘 다져갔다.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행진으로 선발진 경쟁에서도 앞서 나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모든 일정이 중단됐다. 훈련 시설도 폐쇄돼 김광현은 제대로 훈련도 할 수 없었다. 중단 기간 한국행도 고려했지만 미국에 잔류해 힘겹게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다. 단축 시즌으로 7월말 올시즌이 개막되자, 김광현은 선발투수 대신 낯선 마무리 보직을 부여받았다. 첫 등판에서 힘겹게 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팀을 덮치면서 주전급 선수들이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경기가 취소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김광현의 보직은 다시 선발투수로 변경됐다. 지난 18일 치른 시카고 컵스전에서 3.2이닝 1실점으로 무난한 선발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은 이날 3경기, 선발 2경기 만에 완벽한 투구로 자신의 첫 ML 승리를 기록했다.

김광현
김광현 초등학교 5학년 때 모습(왼쪽)과 당시 하고 싶은 50가지 일들을 적은 목록.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가기를 적은 게 눈에 띈다. 제공 | 김광현

김광현의 꿈이 이뤄지기까지 20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김광현은 어려서부터 메이저리그(ML) 무대를 목표로 삼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작성한 ‘내가 하고 싶은 50가지 일들’에 ‘메이저리그 가기’를 써넣었다. 그로부터 딱 20년이 지난 지금 김광현은 ML 마운드에 올라가 자신의 기념비적인 첫 승을 거뒀다. 경기 후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대로 된 첫 승인데 선발로 나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빅리그)마운드에 올라가 승리까지 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꿈을 이룬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 김광현은 자신의 기쁨뿐 아니라 코로나19로 힘든 한국 팬들까지 보듬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힘들어하는 한국의 팬들에 나와 류현진(토론토) 형의 투구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그의 빅리그 첫 승 소식은 답답했던 국내 팬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청량제였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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