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뒤에 숨은 악플 '방관' 스포츠도 댓글 기능 사라져야…KOVO, 포털에 개선 요청
    • 입력2020-08-05 06:00
    • 수정2020-08-0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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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코로나19 유탄 맞은 프로배구, 승부는 멈출 수 없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연예뉴스는 없앴는데 왜 스포츠는 그대로 있나요?”

지난해 말 다음카카오를 시작으로 올해 네이버, 네이트 등 온라인 포털은 연예뉴스 댓글 기능을 폐지했다. 지속적 악플과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연예뉴스에서 더 이상 댓글을 볼 수 없게 된 것과 달리 스포츠 섹션 댓글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다. 댓글 공개 기능을 통해 흔적이 남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는 했지만 악플을 차단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세상을 떠난 여자프로배구선수 고(故) 고유민은 평소 악플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실제로 SNS를 통해 “팬도 아닌데 내게 어줍잖은 충고 같은 글 보내지 말아 달라”면서 “나도 이제 일반인이기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악플러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배구연맹(KOVO)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포털에 스포츠뉴스 댓글 기능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 일부 악성 댓글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방식으로는 악플을 막을 수 없는 만큼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KOVO가 포털에 정확히 댓글 기능 폐지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외에 실질적으로 효과를 누릴 다른 방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한 악플을 원천 차단할 수는 없다. 연예뉴스 댓글 기능이 사라진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댓글 폐지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게 스포츠 관계자들의 공통 생각이다.

단순히 KOVO만 댓글에 대한 문제 의식을 느끼는 게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도 KOVO만큼이나 포털 댓글 기능이 폐지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대표 축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종목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아시안컵, 연령대 대회 등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에서 부진한 선수는 악플을 통해 ‘조리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은 실제로 악플에 예민하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것도 사실이다. 악플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맞다”라면서 “스트레스 관리, 치료 등 후속조치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으로 원인을 막을 수 있다면 댓글 기능을 없애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여러 스포츠 단체에서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지도 있다”라고 밝혔다.

국가대표 간판이었던 구자철도 최근 개인 유튜브에서 “팬은 대표 선수들이 백패스를 하거나 일대일을 못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려다가 실수가 나오면 더 크게 비난한다. 그러면 선수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네티즌의 격한 반응이 선수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다른 종목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경우 귀화선수, 혼혈선수에 대한 인종차별 댓글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악플이 기사화가 돼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도 선수들이 악의적 댓글로 인해 심리적 피해를 입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도 “KOVO에서 발의해 프로스포츠협회 차원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진정을 하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세 단체 모두 다른 스포츠 단체나 프로스포츠협회 등과 공동 대응이 가능할 경우 포털 댓글 기능 개선에 뜻을 함께하겠다는 입장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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