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키움의 러셀, 훈련은 진지하게!
키움의 새 외국인타자 에디슨 러셀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경기를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투수 출신이라 그런지 차분한 수비가 좋더라고요.”

‘투수 전문가’ 키움 손혁 감독은 새 얼굴 에디슨 러셀(26)의 ‘침착함’을 강점으로 꼽았다. 선수들은 포지션 별로 각자의 강점이나 개성이 뚜렷한데, 현역 시절 마운드에 올랐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활달하고 텐션이 높은 성향보다 매사 정확하고 침착한 성격의 내야수가 투수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손 감독은 “투수들은 내야 센터 라인이 활발한 것 보다는 안정적인 게 좋다”며 러셀의 데뷔전 수비에 기대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냈다.

러셀은 손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야수 역량을 갖춘 자원이다. 침착함과 성실함은 첫 만남 때부터 손 감독의 눈에 포착된 부분이다. 선수단 첫 미팅이 있었던 지난 25일 러셀은 훈련 시작 전 고척돔의 라이트를 가장 먼저 확인했다. 러셀의 주 포지션은 2루와 유격수다. 땅볼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애매한 위치로 떨어지는 빗맞은 플라이나, 팝플라이 타구를 처리해야 할 때도 많다. 고척돔은 특히 보꾹이 조명 사각지대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다 색깔이 공과 겹쳐 눈에서 타구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조명탑에 설치된 조명의 방향 등에 따라 시선처리를 달리 해야하기 때문에 꼼꼼히 점검해두는 편이 수월하다. 러셀은 메이저리그(ML) 올스타 유격수 출신 답게 작은 것 하나까지 섬세하게 챙겼다. 손 감독은 “나는 야수 출신이 아니라서 라이트 위치를 볼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서두르지 않고 계획대로 적응하고 준비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좋은 선수인 건 분명하다”고 칭찬했다.

ML 시카고 컵스에서 뛰던 시절에도 러셀은 폭넓은 수비와 강한 어깨, 동물적인 감각 등으로 크게 조명 받았다. 화려한 수비도 곧 잘 했는데, 실제 성격은 조용한 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유망주로서 대부분의 경기를 자신보다 연차가 높은 선배들과 합을 맞춰왔는데, 손 감독도 “러셀은 ML시절 주로 베테랑들과 뛰었다. 팀 문화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린 나이라 떠들면서 경기를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러셀은 이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전시킨 상태다. 손 감독은 “러셀은 조용하고 부끄러움이 있는 스타일이다. 대신 주장은 뚜렷하고 할 말은 하는 타입”이라고 직접 만난 러셀의 인상을 묘사했다.

그라운드에서 주어진 첫 임무는 무사히 완수했다. 얄궂게도 1회 선두 타자 박건우의 첫 타구가 유격수 러셀에게 향했는데 1루수 박병호에게 정확히 송구하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타구를 기다리는 이른바 ‘테니스 스텝’도 안정적이었는데, 첫 두 발은 큰 발로, 바운드에 리듬을 맞춘 후에는 잔발로 전환하는 모습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글러브 중지와 약지로 부드럽게 타구를 받아들여 오른손으로 거머 쥘 때에도 자연스럽게 포심 패스트볼 그립으로 바꾸는 모습도 ML 올스타 다운 유려함이 엿보였다. 투수출신 답게 강하고 정확한 송구를 박병호의 미트에 꽂아 넣었다.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모자라거나 과한 것 없는 딱 떨어지는 수비를 선보였다. 2회에도 같은 코스로 떨어진 허경민의 타구를 실수 없이 처리했다. 9개월 만에 서는 공식 프로무대라 손 감독도 ‘긴장감’을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았으나, 이를 잘 이겨내고 데뷔전의 부담감을 극복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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