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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선발투수로 확정된 토론토 류현진 | 토론토 블루제이스 트위터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개척한 길을 류현진(33·토론토)이 다시 밝히고 있다. 지난해 코리안 빅리거 역사상 두 번째로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은 올해도 시즌 첫 경기를 책임진다. 2001년과 2002년 각각 다저스와 텍사스에서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섰던 박찬호처럼 1년 전 다저스 에이스, 그리고 대형 FA 계약 후 새 팀에서 에이스 중책을 맡은 류현진이다.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다. 토론토 구단은 20일(한국시간) 홈페이지와 구단 SNS을 통해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이 류현진을 오는 25일 탬파베이와 개막전 선발투수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는 물론 이달 초부터 진행된 서머캠프까지 류현진은 개막전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두 차례 청백전이 임하며 이닝수와 투구수를 늘렸고 5일 후 미국 플로리다 탬파베이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올시즌 토론토의 첫 번째 공을 던진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팀의 얼굴이다. 모든 선발투수가 꿈꾸는 자리이며 주목도도 높다. 그리고 박찬호와 류현진 모두 자신의 첫 번째 빅리그 개막전 선발 등판을 성공적으로 장식한 바 있다. 박찬호는 2001년 4월 3일 밀워키와 개막전에서 7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다저스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당해 박찬호는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최전성기를 보냈다. 류현진 또한 2019년 3월 29일 애리조나와 개막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다저스의 12-5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 또한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됐는데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며 올스타전 선발투수의 영예도 누렸다.

첫 개막전 선발 등판 시즌을 마친 후 과정도 비슷하다. 2001년 박찬호, 2019년 류현진 모두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가 됐고 특급 대우를 받으며 새 유니폼을 입었다. 박찬호는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을 체결했다. 선발진 보강이 절실한 텍사스와 토론토가 각각 박찬호와 류현진을 새로운 에이스로 낙점한 것이다.

박찬호-(2002.01~)
개막전에 앞서 홈개막 행사에 참석한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야구선수)가 2002년 4월 5일 장내 아나운서로 부터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자 알링턴 볼파크에 운집한 홈팬들에게 첫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스포츠서울DB

하지만 박찬호는 FA 계약 후 햐항곡선을 그렸다. 텍사스 데뷔전이었던 2002년 4월 2일 오클랜드와 개막전에서 5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정상급이었던 구위가 허리 통증 여파로 하락했고 좀처럼 부상 악령을 떨쳐내지 못했다. 다저스에서 5년 연속 19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그가 텍사스에서는 150이닝도 돌파하지 못한 채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류현진은 다른 결과를 바라본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고 긴 시간 재활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뛰어난 투수가 됐다. 몸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해 비시즌 훈련량을 대폭 늘렸고 수술 전에는 없었던 컷패스트볼도 추가했다. 최첨단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스로 전력분석에 임하며 정교하게 상대의 약점을 공략한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도 토론토 포수들은 류현진의 정확한 제구력에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2012 프로야구 롯데-한화
2012년 4월 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2 팔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이 열렸다. 한화 박찬호(오른쪽)이 류현진과 이야기나누고 있다. | 스포츠서울DB

박찬호와 류현진 모두 한국 야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한국 역대 최고 오른손투수는 박찬호, 최고 왼손투수는 류현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박찬호는 상대적으로 전성기가 짧았다. 류현진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30대 초반 박찬호는 부상과 사투를 벌였다. 30대 중반 불펜투수로서 구위를 회복했고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지만 빅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 류현진은 20대 후반 시련을 딛고 꾸준한 30대 초중반을 바라본다.

박찬호가 이루지 못했던 아메리칸리그 정복에 도전하는 류현진의 시작점이 오는 25일 탬파베이에서 찍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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