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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아스널을 상대로 리그 10호 골을 터뜨린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런던 | 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그야말로 승리의 수호신이었다.

토트넘 손흥민이 아스널과 ‘북런던더비’에서 1골 1도움 원맨쇼를 펼치면서 생애 첫 단일시즌 ‘10골·10도움(10-10)’에 가입,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1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티다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아스널과 홈경기에서 두 골에 관여하며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잔여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토트넘은 승점 52(14승10무11패)를 기록, 차기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이 걸린 5위 맨유(승점 58)와 승점 차를 6으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아스널은 승점 50에 머물렀다.

그는 팀이 0-1로 뒤진 전반 19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높은 집중력을 바탕으로 아스널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세아드 콜라시나치가 다비드 루이스에게 백패스하는 과정에서 공이 길게 뒤로 빠졌다. 이때 손흥민이 재빠르게 문전을 파고들어 공을 낚아챘다. 루이스가 다급하게 따라붙었지만 그는 침착하게 드리블, 골문을 비우고 전진한 상대 수문장 데미안 마르티네즈를 보고 침착하게 왼발 칩슛으로 마무리했다. 올 시즌 리그 10호 골이자 시즌 17호 골. 토트넘 입단 두 번째 시즌인 2016~2017시즌 14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2017~2018시즌, 2018~2019시즌 나란히 12골씩 터뜨렸다. 아스널전 골로 4시즌 연속 리그 두자릿수 득점 대기록을 썼다. 지난 2월16일 애스턴빌라와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리그 8~9호 골을 몰아넣은 손흥민은 이후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코로나 여파로 EPL이 멈추면서 한동안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최근 EPL 재개 이후 5경기에서는 도움만 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스널을 상대로 침묵을 깨고 시즌 전체로는 17번째 골(EPL 10골·FA컵 2골·챔피언스리그 5골)을 해냈다. EPL 북런던더비에서는 11번째 출전 만에 첫 골이기도 하다.

손흥민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스널 공세에 시달리던 후반 36분. 역전골까지 끌어냈다. 코너킥 키커로 나선 그는 문전으로 절묘하게 차올렸고 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리그 10번째 도움(시즌 12호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일시즌 ‘10-10’ 기록을 썼다. 그는 지난 2017~2018시즌 전 대회를 통틀어서 18골 11도움을 기록하며 ‘10-10’을 기록한 적은 있다. 다만 리그에서 ‘10-10’은 없었다. 리그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인 20개를 기록했던 지난 2016~2017시즌(14골 6도움)도 도움 4개가 모자랐다. 지난 2017~2018시즌, 2018~2019시즌엔 나란히 리그에서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이날 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투톱으로 뒀다. 손흥민을 왼쪽 측면에 국한, 윙백처럼 활용해 비판받았던 무리뉴 감독은 최근 공격 지향적으로 쓰고 있다. 이날은 아예 케인과 최전방에서 시너지를 그리고 있다. 대신 루카스 모우라와 무사 시소코가 좌우 측면을 책임진 가운데 지오바니 로 셀소와 해리 윙크스가 중원을 지켰다.

양 팀 모두 차기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이 불투명한 만큼 초반부터 불이 붙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을 앞세워 이전보다 공격에 활기를 보였다. 모우라가 킥오프 35초 만에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연 토트넘은 전반 9분 케인이 후방 침투 패스를 받아 골키퍼 데미안 마르티네즈의 키를 넘기는 슛을 시도했으나 손에 걸렸다. 아스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3분 뒤 엑토리 베예린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낮게 깔아준 공을 피에르 오바메양이 문전에서 회심의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으나 빗맞았다. 하지만 아스널은 전반 16분 기어코 선제골을 터뜨렸다. 라카제트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공을 따낸 뒤 번개같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런던 공동취재단
아스널 라카제트가 토트넘과 북런던더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런던 | 공동취재단

토트넘은 흔들릴 법했으나 실점 3분 뒤 손흥민이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토트넘 아스널
토트넘-아스널전이 열린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런던 | 공동취재단

양 팀은 전반 종반까지 일진일퇴 공방전을 벌였다. 토트넘은 전반 30분 왼쪽 풀백 벤 데이비스의 중거리 슛이 아스널 골대 왼쪽을 때렸다. 그러자 아스널은 1분 뒤 니콜라 페페가 예리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들어서는 아스널의 오름세였다.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패스워크로 토트넘을 몰아붙였다. 후반 13분 오바메양의 왼발 슛은 토트넘 골대를 강타했다. 후반 킥오프 20분까지 아스널이 볼점유율 82%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후반 36분엔 다시 오바메양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결정적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슛을 시도했다. 토트넘 휴고 요리스 골키퍼가 몸을 던져 실점 위기를 넘겼다.

토트넘 위기의 흐름을 뒤집은 건 손흥민이다. 후반 36분 코너킥 기회에서 알데르베이럴트의 헤딩 역전골을 끌어내며 포효했다. 결국 토트넘은 손흥민의 만점 활약으로 귀중한 승점 3을 획득하며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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