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볼빨간사춘기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K팝을 주도하고, 가요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걸그룹들이 연이은 폭로전으로 얼룩졌다.

걸그룹 AOA가 지난주말 폭로전의 중심에 섰다. 2012년 데뷔 후 8년째 꾸준히 활동하며 ‘장수돌’로 자리매김한 AOA는 그동안 유경, 초아, 권민아 등이 탈퇴하며 고비를 겪었지만 지민, 유나, 혜정, 설현, 찬미 5명의 멤버들이 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앞서 팀을 떠난 멤버 중 권민아가 리더 지민의 괴롭힘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팀을 떠날수밖에 없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지민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픔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며, 지민으로 인한 고통으로 극단적인 시도도 했었다며 손목의 흉터 사진을 공개하기도 해 충격을 안겼다. ‘소설’이라던 지민은 결국 연이은 폭로에 “모자랐던 리더였다. 민아와 멤버들에게 미안하다”며 사태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팀 탈퇴와 모든 연예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AOA 뿐 아니라 볼빨간 사춘기도 멤버간 불화설도 재점화됐다. 앞서 우지윤이 탈퇴하며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안지영은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불화설을 해명하며 “그 친구의 꿈을 응원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지윤이 발매한 곡이 안지영을 저격했다는 의혹에 이어 두 사람의 SNS ‘맞팔’도 끊어졌다는게 밝혀지면서 다시금 불화설이 떠올랐다. 결국 우지윤과 안지영은 각자의 SNS를 통해 “생각보다 더 빠른 탈퇴를 하게됐다”, “탈퇴를 회사를 통해 듣고 놀랐다” 등 서로의 입장을 드러내며 내홍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외에도 모모랜드 출신 연우도 지난 4일 팬카페를 통해 “오해받는게 얼마나 괴로운지 아냐”며 “더이상 선택권이 없었다”고 탈퇴가 본인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빠르게 해명했다.

무대 위에서 밝은 조명을 받으며 노래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고, 팀워크와 퍼포먼스를 자랑했던 걸그룹의 이면에는 깊은 감정의 골도 존재했다는 것이 일련의 폭로로 드러났다. 볼빨간 사춘기의 경우는 다르지만 이는 가요기획사를 통해 그룹을 결성되고 그 팀이 유지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특히 성공이 목표인 아이돌 시장에서 팀의 콘셉트나 컬러에 맞는 멤버 구성을 하다 보니 이견이 생기고, 갈등을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샵, 씨야 등 꽤나 많은 그룹들도 불화설을 겪기도 했다.

그룹 활동을 떠나 연습생과 합숙생활을 거치면서 갈등이 생길 수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또 워낙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하다보니 갈등을 해소하거나 대처에 미숙할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갈등조차 원천봉쇄하려다보니 감정의 골이 곪아터지고, 잠잘 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기만도 바쁘다보니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갈등도 커질수밖에 없는 것. 이에 대해 데뷔 23년차 장수 아이돌 그룹으로 꼽히는 신화 멤버 김동완은 한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멤버들끼리 대화도 많이 하고 싸우기도 많이 하는게 갈등을 키우지 않는거 같다”고 장수의 비결을 밝혔다.

이는 단순히 멤버들의 문제나 탓으로 보기에도 힘들다. 권민아 폭로전을 통해 소속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금 언급되고 있다. 앞서 권민아가 활동 당시 FNC에 고통을 호소했지만 방관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에서도 제3자인양 침묵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4일 늦은 밤에서야 FNC는 “당사 역시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통감하고 아티스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일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며 사과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때문에 지민의 탈퇴로 매조지을 게 아니라 FNC의 책임론도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다.

충분히 개선의 노력을 했을수도 있지만 끝내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에는 팀의 관리자 격인 소속사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속사에서는 아이돌그룹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결성하고 데뷔시킨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니고, 이후 소위 대박을 쳤다고해서 성공이 아님을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1020 세대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문화 아이콘답게 멤버들간의 팀워크도 중요하겠지만, 소속사들 역시 팀이라는 명목 하에 멤버들을 방치하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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