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일본의 이데이, 사이클은 뛰면서 타야 돼
일본의 주리 이데이(앞쪽)가 2014년 9월 25일 인천 송도센트럴공원 트라이애슬론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여자 결승전에서 수영을 마치고 사이클을 타기 위해 뛰고 있다. (스포츠서울DB). -기사 내용과 무관.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고(故) 최숙현이 쏘아 올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실업팀의 가혹행위 문제로 동료들도 용기를 내고 있다.

故 최숙현의 동료들은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만천하에 알릴 예정이다. 이들은 당초 지난 2월 고인과 함께 소송에 참여하려다 포기했지만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용기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故 최숙현은 경주시청 지도자와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선배 2명 등에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끝내 지난달 26일 세상을 등졌다. 그의 소식이 알려진 뒤로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경주시청 등 관련 책임 기관에서는 책임자 처벌 및 후속대책을 뒤늦게 내놨다. 지난 2월부터 법적인 절차를 밟고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지부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 없다.

故 최숙현의 안타까운 비극에 용기를 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로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적인 규모를 봐도 넓지 않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계 특성상 지도자의 힘은 강력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평생 이어온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에 쉽게 나서지 못했다. 故 최숙현은 그동안 ‘팀 닥터’에 대한 물적 증거만 확보한 상태였기에 다른 가해자들에게 법적인 처벌을 하기 불리했다. 고인 역시 처벌하지 못하는 억울함과 변함없는 세상의 반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인과 마찬가지로 가혹행위를 받았던 팀 동료들이 입을 열면서 이번 사건의 국면이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여·야 불문하고 정치계도 관심을 두고 있다.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면 故 최숙현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인 6일 오후 4시에는 대한철인3종협회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계획이다. 논의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사건에 관한 전말이 모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주동자로 지목된 ‘팀 닥터’라는 인물은 현재 두문불출 중이고 감독 및 선배 2명 등은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 가해자들의 만행을 파헤치는 입이 열리면서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밝혀질 전망이다.

죄를 뉘우치려는 모습 없는 가해자들의 뻔뻔함이 이 사건을 접한 이들을 더욱 분통케 한다. 한발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나선 동료들의 도움과 정치계의 관심이 고인을 향한 가해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한 꺼풀 벗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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