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계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얼어붙었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 축구의 중심인 대한축구협회는 미래를 위한 전진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19년만에 엠블럼 교체를 단행했다. 지난달에는 세미 프로리그인 K3리그와 K4리그의 출범을 통해 한국 축구의 숙원 사업이었던 1~7부리그로 이어지는 디비전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최근에는 한국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콘셉트를 확정하면서 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축구협회가 자칫 움츠러들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정몽규(58) 대한축구협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이 하나둘씩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창간 35주년을 맞은 스포츠서울은 정몽규 회장과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들어봤다.

◇변화의 시작점이 될 코로나 시대

사업가이자 축구계 수장인 정몽규 회장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상에 변화를 맞았다. 하늘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잦았던 해외출장도 잠잠해졌다. 정 회장은 “한국에 묶여있다”면서 달라진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염병이라는 변수를 통해 모든 것이 달라지는 시기인만큼 축구계의 변화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정 회장은 “코로나가 축구 뿐아니라 경제, 생활 등 모든 것을 바꿔놓은 것 같다.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변할지 모르나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금까지 축구는 사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스포츠다.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 여파로) 축구에도 변화가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최근 화제가 된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의 샐러리캡 도입 이야기를 꺼냈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일부 빅 클럽과 유명 선수들 위주로 세계 축구가 발전해왔는데 그런 점에서 샐러리캡은 상징적 조처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만 봐도 전북, 울산이 잘 하고 있는데 당장 올해나 내년은 아니어도 3년이나 5년 이후엔 (리그 전반적으로)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구계도 마찬가지다. 축구협회의 경우 올해 예정된 A매치와 각종 대회들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재정적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미래를 더욱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정 회장은 “K리그도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언제 유관중으로 전환할지, 관중석을 모두 채울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축구협회의 스폰서 같은 경우 어려운 곳도 있는 반면 잘 되는 업체도 있다. (코로나 여파로) 스폰서 구성이 일부 바뀔 수는 있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 같은데 비상 계획은 세워둬야한다. 내부적으로 일상적인 비용부터 경비 절감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유망주들의 가슴을 뛰게 할 축구종합센터가 될 것”

한국 축구계는 한일월드컵을 대비해 2001년 완공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이후 22년만에 새로운 한국 축구 메카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부지 후보 선정부터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충청남도 천안시가 축구종합센터 부지로 확정되면서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6월 완공 예정인 축구종합센터는 성인 국가대표팀은 물론 각계 각층 축구인이 훈련하고, 지역민과 팬이 즐기는 한국 축구의 요람이자 국내 최고의 스포츠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정 회장은 보다 많은 축구인들이 활용할 수 있고, 축구 유망주들에게 희망을 안길 수 있는 축구종합센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파주NFC에 천연잔디 6면이 있는데 가동률이 다소 낮다. 좋은 시설을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어려움이 따랐다”고 지적하면서 “축구종합센터는 대표팀 뿐만 아니라 유망주나 심판 교육, 지도자 육성 등 여러 기능을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 어린 유망주들이 축구종합센터에 오면 가슴이 뛰고, 언젠간 나도 이곳에서 훈련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축구종합센터가 완공되면 축구협회도 천안으로 이전하게 된다. 축구협회는 ‘천안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아직 우리가 축구 선진국이라고 할 순 없지만 중진국 이상은 됐으니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케이팝이 세계를 뒤흔드는 데 축구도 그러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 진정한 축구 강국이 되려면 어리고 재능있는 선수가 축구에 더욱 더 관심을 품게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찾는 축구종합센터를 앞세워 좋은 씨앗을 더 많이 길러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 달라진 엠블럼과 축구 지형을 바꿀 디비전시스템

정 회장이 그동안 추진한 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엠블럼 교체와 디비전시스템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엠블럼의 경우 백호의 전신이 담긴 모양에서 호랑이 얼굴이 강조된 디자인으로 달라졌다. 엠블럼 공개 이후 팬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20년 가까이 눈에 익었던 것이 바뀌니 첫 인상이 어색한 건 당연했다. 시간이 지나면 새 엠블럼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도 현대자동차 시절을 떠올리며 모두가 새 엠블럼에 친숙해질거라는 믿음을 보였다. 그는 “엠블럼을 교체한 뒤 반응이 저조해서 걱정했다. 사실 내가 자동차 회사에 있을때도 신형차가 나오면 6개월동안 예전 차가 더 낫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시각이 달라지더라. 사람이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좋아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엠블럼을 바꾼 이유는 (실물에 가까운)호랑이로 여러가지 상품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모든 엠블럼을 보면 상업적인 것을 고려해 단순화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디비전시스템 구축은 한국 축구의 지형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프로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는 보다 다양한 기회가 열렸고, 축구를 통한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흔히 유럽축구에서 볼 수 있는 하부리그 출신 스타 플레이어도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 축구에 등장할 것이다. 정 회장은 디비전시스템 완성을 통해 한국 축구가 한단계 성장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K3, K4리그에서 각광받아야 프로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학 축구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입시와 맞물렸던 고교축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며 디비전시스템 구축을 통한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정몽규 회장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재선 마지막 해 과제는 유소년 축구 개혁

2016년 축구협회장 재선에 성공한 정 회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가장 관심을 갖고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유소년 축구다. 최근 가장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한국 축구의 씨앗이 되는 어린 선수들이 걱정없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좋은 토양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올해는 각급 리그를 조금 더 안정시키고 싶다. 최근 일부 연맹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원인은 입시와 관련이 있다.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 모두 유소년 축구에서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유소년 축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더 만들고 보급하겠다. 어릴 때부터 성인처럼 훈련하고 경기하면 당장 경기에서 이길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입시와 맞물려 있다보니 어린 나이에 성인 축구에서나 할 법한 훈련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너무 어릴 때부터 승부의 세계에 갇힌 것,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올해 12월 재선 임기가 만료된다. 자연스럽게 그의 3선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 안 해봤다. 내가 (축구계에) 기여할 게 있으면 더 할 수도 있지만 더 할 게 없다고 한다면 안 해야 한다”고 담담하게 생각을 전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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