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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건물이 낙후돼 사무실 누수는 물론 이로 인한 곰팡이·악취 등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이전이 아닌 징계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KT가 노동존중·윤리경영의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KT경기중앙빌딩’ 현장을 찾아 KT 경기지원 1팀 직원 6명이 곰팡이와 누수 악취로 가득한 사무실에서 6년째 근무하며 건강악화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KT, 업무지원단 직원에 차별대우 논란…누수·곰팡이 핀 사무실서 6년째 근무 하소연)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KT가 당시 현장을 안내해 줬다는 이유로 경기지원 1팀 소속 직원 2명에 대해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사무실 이전 아닌 ‘징계’라니?

KT로부터 이 같은 근무환경 차별을 받고 있는 직원들은 모두 KT 업무지원단 소속이다. KT 업무지원단은 지난 2014년 KT가 8304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면서 이를 거부한 직원들을 따로 모아놓은 조직이다. 그동안 KT 내부에서 이들에 대한 폭언, 차별, 집단 괴롭힘 등과 비인격적인 차별대우가 있었다는 증언이 수차례 제기됐는데 KT경기중앙빌딩의 낙후된 환경은 KT가 여전히 이들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KT 업무지원단 경기지원 1팀 소속 채명원 차장은 “지난 18일 오전 9시 20분경 KT본사 지원부서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경기중앙빌딩 건에 대해 조사하려고 하니 19일 오전 10시까지 KT동수원빌딩 8층 1호실로 오라는 것이었다. 또다른 직원인 오석훈 조장도 오후에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외부인을 출입시키고 안내해줬다는 이유였다. 조사 후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를 결정한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징계조치와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박순하 KT 업무지원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채 차장은 이어 “민주노조에서도 사무실 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사측에선 ‘이 건물이 아직 멀쩡해서 더 사용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T 민주노조에서도 KT경기중앙빌딩 현장을 방문해 누수·곰팡이 등 열악한 사무실 환경을 확인하고 사측에 사무실 이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T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 관계자는 “지난 2일 현장에서 곰팡이·누수 등을 확인하고 사측에 사무실 이전을 요구했으나 이전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만약 이대로 사무실 이전도 안 되고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내려진다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법조계 “근로기준법 위반”…안진걸 소장 “시민사회도 적극 나설 것”

KT가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들에 대한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KT가 근로계약상 환경제공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KT가 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징계위원회 조사를 시도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KT가 근로기준법 제5조(근로조건의 준수), 제6조(균등한 처우)를 위반한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76조(안전과 보건)에 따르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는데 이를 잘 지켰는지 여부도 따져볼 수 있다”면서 “해당 직원들에게 전화해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것도 인터뷰를 가장해 징계위원회 조사를 실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KT가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징계를 내린다면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와 제28조(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에 따라 해당 직원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KT가 그동안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이라고 부연했다.

KT가 이들 직원에 대해 징계를 내릴 경우 시민사회에서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노동존중과 윤리경영의 시대에 직원들을 일종의 폐기물 취급하는 것도 문제인데 비인격적으로 열악한 공간에 몰아넣은 것과 그것을 언론에 공익 제보했다고 해서 징계까지 추진한다는 것은 KT노동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10번, 20번 저버리는 행위”라며 “징계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 직원들이 현실을 일깨워 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고 하루 빨리 그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징계가 내려질 경우 참여연대 공익제보자 지원센터, 호루라기재단 등 언론이나 시민사회 등에서 공익제보를 했다가 보복을 당한 사람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요청하겠다. KT의 징계 내용이나 과정이 모두 부당하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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