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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이 좁다고 불평하고, 반대로 타자는 스트라이크존이 넓다고 불평한다.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이라고 생각한 곳에 투구했는데 볼 판정이 나오면 표정에 불만과 서운함이 교차한다.
배터리를 이룬 포수는 포구한 미트를 쭉 뻗은채 한참을 버티기도 한다. 스트라이크라는 일종의 침묵시위다. 타자도 볼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면 의아한 표정으로 홈플레이트를 바라본다. 때론 심판에게 어필한다. 팬들도 자신의 응원하는 팀에 따라 심판의 S존 판정에 민감하다.
그런데 허공을 통과하는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쉽지 않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150㎞에 육박할 만큼 빠르고 변화구는 날카롭게 휘어진다. 그런 공이 가상의 S존에 들어갔는지 빠져나갔는지 판정하는건 어렵다.
포수는 프레이밍으로 심판의 눈을 속이고 변화구는 홈플레이트 위에서 뚝 떨어진다. 포수 뒤에 서 있는 심판의 눈이 좇기 힘들다. 그래서 ‘심판의 오심도 야구 경기의 일부’라고 한다.
KBO리그가 ESPN을 통해 중계되면서 국내 프로야구의 S존도 관심의 대상이다. 메이저리그(ML)에 비해 스트라이크존이 좁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의 경우, 상하가 좁고 좌우가 넓다는 것.
KBO리그가 상대적으로 타자의 몸쪽 공에 후하고 높은 스트라이크는 잡아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이미 여러번 언급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인 타자들은 국내 S존 적응에 애를 먹는다고 하고, 국내 타자들은 국제 경기에 대비해 S존을 재설정한다.
그런데 KBO가 매년 발간하는 공식 야구규칙서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존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의외로 꽤 넓다.
야구규칙서 2.73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존은 타자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S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되어 있다.
즉 S존 상한선은 타자의 어깨와 허리의 중간쯤으로 팀명이 새겨져 있는 가슴 부분이다. 포수 마스크의 위치라고 봐도 된다. 그리고 S존 하한선은 무릎 아래쪽이 된다.
야구규칙에 따라 신장 180cm 정도의 타자를 대상으로 S존을 설정하면, 가로 폭은 홈플레이트 한 변의 길이와 같으니 43.2cm(17인치)로 일정하다. 세로 폭은 약 80~90cm 정도가 나온다. S존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43.2×90cm 정도의 크기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국내 S존의 하한선은 지난 1998년부터 타자 무릎의 윗부분에서 아랫부분까지 10cm 가량 확대되며 더 넓어졌다.
기본적으로 S존은 타자가 홈런을 칠 수 있는 영역으로 세팅된다. 문제는 야구규칙서 내용과 현실의 S존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타자의 배꼽 윗부분이나 포수 얼굴 쪽으로 날아간 공에는 구심의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규칙서에는 S존이라고 명시된 부분이며 ESPN 중계진이 의아해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 심판진은 “규칙서엔 그렇게 되어 있는데 사람 육안으로 보면 상한선이 높게 보인다. 규칙대로 적용하긴 곤란한 부분이 있어 실제로 조금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규칙서와 현실적으로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어느 쪽이 잘못됐다고 하기는 그렇다”라고 밝혔다.
이어 “타가가 치기 좋은게 스트라이크존이다. 그래서 상한선의 경우 야구규칙서 보다 조금 밑으로 본다”고도 했다.
야구는 허공에 기반을 둔 종목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도, 타자의 방망이도 허공을 가른다. 타구도 허공을 날아간다. 심지어 스트라이크존도 허공에 떠 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변할 여지가 있다. 태생적 한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룰에 따라 더 정확하게 판정해야 한다. 야구규칙과 실제 S존의 싱크로율도 맞춰야 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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