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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재기자 eunja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안은재 인턴기자]“제 입으로 천재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천재라고 기억되면 정말 꿀이죠.”

‘천재’와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임현서를 대표하는 두 가지 수식어다. 하지만 그는 ‘천재’도 아니고 ‘관종’ 도 아니라고 부인했다. 임현서는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라고 기억해주시면 너무 좋을 것이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부동산 스타트업 CEO까지 겸하고 있는 그는 흔히들 말하는 상위 1% 엘리트다. 그런 엘리트가 Mnet ‘슈퍼스타K’에 자작곡 ‘엄마 카드’를 열창해 페이스북에서만 영상 조회수 300만을 기록하는가 하면 지난 3월 종영한 ‘미스터트롯’에서는 마이클 잭슨 춤을 추고 1화에서 장렬히 탈락했다. 또 2019년 채널A에서 방영된 로펌 신입사원들의 인턴 생활을 그린 ‘굿피플’에서 전문 변호사 못지않은 ‘갓현서’로 활약하기도 했다.

어, 이 사람 우리가 지금까지 봐 온 엘리트와는 전혀 다르다. 임현서는 “공부만으로 해결되는 세상은 한참 전에 지난 것 같다”며 “공부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는 하지만 지금은 끌리는 대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만난 그는 “천재나 엘리트 그런 어려운 이미지를 벗고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세 번의 방송 출연과 6만 구독자 유튜버, 로스쿨 학업 병행, 부동산 스타트업 CEO까지, 활동 분야가 너무 다양해 인터뷰 질문을 구성하기가 어려웠을 정도.

색다른 천재,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닌 방송, 유튜브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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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재기자 eunj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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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슈퍼스타’에서‘엄마 카드’를 부르고 ‘굿피플’에서 밤을 새웠으며 ‘미스터트롯’에서는 마이클 잭슨 춤을 춘 임현서입니다.

-외고에, 서울대 경영학과에 로스쿨까지 흔히 말하는 ‘엄친아’ 코스를 밟아왔는데 ‘슈퍼스타K’, ‘굿피플’, ‘미스터트롯’ 등 방송에 출연하는 남다른 행보를 보였어요.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발로 걸어서 나간 것은 미스터트롯이 유일합니다. 슈퍼스타K와 굿피플은 섭외로 출연했어요. 슈퍼스타K 마지막 시즌에 참가자들이 없어 작가님들이 힘들었을 즈음에 제가 하는 밴드 ‘홍범서’에 섭외가 들어왔어요. 원래 밴드랑 나갔거든요. 그런데 밴드 악기가 어쿠스틱이어서 방송 나가기에 애매했어요. 작가님이 보컬만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면접보고 저 혼자 나가게 된거죠. 굿피플은 아는 선배가 ‘이거 하는데 나가봐라’ 해서 나가게 됐습니다.

- 주변에서 방송을 나가라고 권유한 거네요?

네. 처음에는 방송하라고 그랬죠. 근데 그 다음부터는 권유하지 않아도 나가게 됐습니다.(웃음) 방송 출연에 대한 주저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후폭풍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너무 고요하잖아요. 편집이 너무 많이 되니까 어차피 통편집 가능성이 50% 이상인데 방송 내보낸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후폭풍을 기대하지만 너무 잔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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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net·채널A·TV조선 방송 캡처

- 평소에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나요?

관종이냐는 말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웃음) 주변에서 주목받기 위해서 많이 나대는 삶을 살지는 않았는데… 약간 재밌었어요. 주목받기 위해 ‘엄마카드’ 이런 노래를 불렀다기 보다 같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편집당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충격적이더라도 좋은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는 일에 충실한 스타일인데, 방송에서 원하는 건 재밌게 나가는 게 중요하니까. 그런 것을 위주로 노력하다 보니 ‘관종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안하겠습니다.

- 방송 출연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거의 없어요. 얼마전 TV조선 ‘미스터트롯’ 메인 작가님과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미스터트롯 나가면서 뭐가 달라졌냐’ 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거 이후에는 달라진 게 없고요. ‘굿피플’ 이후에는 달라진 게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많이 물어봐요. 제 지인한테 많이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 아무래도 서울대 로스쿨을 병행하면서 방송·유튜브 쪽으로 활약하는 케이스는 드문 것 같은데요. 로스쿨에 재학 중인 것과 지금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에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요?

공부는 손을 놓았고요. 제가 사회 변화에 따른 하나의 현상이 아닐까. 그런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공부를 손에서 놓으면서 ‘아 나는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다’ 라고 생각하죠. 유튜브를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요새 초등학생들 꿈이 유튜버라잖아요. 많은 직장인, 중· 장년층의 꿈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공부만으로 해결되는 세상은 한참 전에 지난 것 같고. 저는 공부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는 하지만 그게 제 장래에 어느 정도 큰 부분이 될지는 탐색하고 있는 과정이라서. 지금 끌리는대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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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채널A

- ‘굿피플’에서 현서 씨가 워낙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현직 변호사 아니냐’는 호평이 자자했는데 본인이 보기에는 어땠나요?

완전 방송이다. 현직 변호사들을 불쾌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죠. (웃음) 부족한 게 많죠. 그런데 일부 사건들 중에 제가 익숙한 부분에는 능숙해 보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떼인 돈 받거나 그런 거는 결국 법률 실무 경험에 의해 많이 좌우돼요. 제가 실무를 다뤄본 것은 경험자의 뉘앙스가 풍겨 그런 평가를 받게 한 것 같아요. 더군다나 방송이기 때문에 그런 게 강조됐죠. ‘저건 변호사 안 같은데’ 하는 부분은 편집되지 않았을까.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데 갓현서로 만들어줘서 ‘굿피플’ 작가님 너무 고맙습니다.

- 유튜브에서 여자 친구와의 커플 영상을 봤는데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뮤직비디오 찍다가 만났어요. ‘입금해’라는 자작곡이 있어요. 친구가 대학생 시절에 오만원을 빌려가서 갚지 않았는데 그 시기에 만든 노래예요. 꿔준 돈을 입금하라는 노래였는데, 그 노래를 야심차게 만들면서 뮤직비디오를 찍었습니다. 근데 25만원을 주고 뮤직비디오 편집을 맡긴 사람이 여자 친구였어요.

- 되게 낭만적일 것 같은데요?

전혀 낭만적이지는 않습니다. 내용이 오만원을 빌려간 친구를 추격하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여자 친구) 본인 표현으로는 편집 노예였다고 해요. 그래서 거래처 관계로 만났어요. 제가 갑, 거기는 하청업체 대표 같은 느낌이에요. 거래처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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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재기자 eunjae@sportsseoul.com

- 다음으로 하고 싶은 도전은 있나요?

마지막으로 ‘쇼미더머니’에 나가고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랩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래퍼 출신이예요. 그때 힙합스타일 벙벙한 바지를 입고 다니니 주변에서 거지냐고 그랬어요. 트렌드를 앞서간 게 아니라 잘못 탄거죠. 그런데 ‘쇼미더머니’에서도 1화에서 전격 탈락할 것 같네요.(웃음) 로켓 추진체가 되는 것도 영광이죠. 전문 추진체 컨셉으로 가아죠.

-임현서 씨를 두고 ‘천재’라고 많이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들 많이 말해주시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죠.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은 속고 있다”고요. 저는 천재가 아니고 머리가 그렇게 좋지도 않습니다.

-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원래 천재라는 말이 부담스러웠는데 오늘 자꾸 천재라고 하셔서 천재로 남고 싶네요. (웃음) 기억속에서나마 천재로 남고 싶어요. 엄청 민망한 거죠. 천재 근처도 못 가는데 사람들이 천재 아니냐고 그러시니까. 좋기는 한데 제 입으로는 분명히 천재가 아니라고 말씀드리면서도 천재로 기억되면 정말 좋겠어요.

eunj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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