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관중석에 자리한 마네킹, \'아드리아노 화이팅!\'
17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에 마네킹이 관중석에 설치되어 있다. 2020. 5. 17.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성인용품 업체의 흑심(黑心)과 프로축구연맹의 헛발질, 그리고 FC서울의 방심이 빚어낸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다. 특히 성인용품 업체가 자사 홍보를 위해 K리그를 활용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라 씁쓸함이 더하다.

축구장에 들어와선 안 되는 물건들이 팬들의 자리를 대신했다. 지난 17일 FC서울과 광주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에는 성인용품으로 의심되는 마네킹(리얼돌)이 자리를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딛고 ‘뉴노멀’ 시대를 연 K리그는 지난 8일 개막해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각 구단은 코로나19 극복을 북돋는 다양한 방법으로 텅 빈 관중석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FC서울은 헛발질하고 말았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사람 모습에 가까운 마네킹을 관중석에 비치했지만 그게 성인용품으로 의심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기획의 시작점에 K리그 주관단체인 프로축구연맹이 관여됐다는 것도 문제다. 당초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해당 업체로부터 “무관중 경기에 우리 프리미엄 피규어(마네킹)를 비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문의가 들어오자 제대로 된 검증 작업 없이 FC서울에 다리를 놨다. 지난 6일 연맹 관계자를 통해 이 업체 대표를 소개받은 FC서울은 이후 미팅을 통해 이번 사달이 된 기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FC서울 관계자는 “당초 마네킹을 관중석에 비치하는 건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마네킹 홍보가 필요한 업체측에서 무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중석에는 30개의 마네킹이 자리를 차지했다. 전 제품이 응원 복장을 하고 있어 모두 ‘리얼돌’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경기장에 비치된 몇몇 마네킹을 얼핏 봐도 이상한 것은 금방 감지할 수 있었다. FC서울 관계자는 “업체 대표가 ‘대만(야구)과 독일(축구)에서도 마네킹을 비치했으니 이왕이면 더 사람과 비슷한 걸 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며 “업체 대표 말대로 프리미엄 마네킹이라니깐 기존과 다르겠거니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문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관중석에 비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토]서울월드컵경기장 N석의 마네킹, \'박주영 화이팅!\'
17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에 마네킹이 관중석에 설치되어 있다. 2020. 5. 17.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게다가 마네킹과 함께 설치된 플래카드에는 응원 문구와 함께 성인용품 업체 로고와 문제의 리얼돌 제품명 등이 담겼다. FC서울 관계자는 “‘누구 선수 화이팅’ 이런식으로 플래카드까지 만들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우리가 1차적으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프로축구연맹과 FC서울의 방심이 불러온 참사지만 이번 사달은 노이즈 마케팅을 염두한 관련 업체 측에서 작정하고 문제를 일으킨 듯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경기 후에는 문제의 마네킹과 실제 모델인 BJ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떠도는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마네킹 사진은 취재를 위해 경기장을 찾은 언론사 사진이 아니라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FC서울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C서울 관계자는 “ 마네킹 업체 대표는 아직도 프리미엄 마네킹이라고 주장한다. 지금도 우리와 연락하며 진위여부를 파악 중”이라면서도 “진실을 알아내려면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에 다 같이 힘내서 이겨내보자’는 뜻으로 메시지를 보내려고 시도한 건데 의도와 다르게 물의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FC서울은 내부 확인을 거쳐 법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용품 업체가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해 악의적인 그림을 그렸다면 사회적 비난 뿐만 아니라 그에 합당하는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puri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