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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롯데 투수 이승헌(22)의 부상으로 투수 안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승헌은 17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해 3회 1사 1,2루 상황에서 정진호의 타구에 머리를 맞았다.
직선타로 날아오는 타구를 피하기 위해 몸을 움츠렸지만, 피하지 못했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이승헌은 구급차에 실려 충남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정밀검사 결과 미세골절과 출혈 소견이 나와 입원했다. 196cm에 97kg의 건장한 체구의 우완 정통파 투수인 이승헌은 통산 두번째 선발등판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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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장비가 많은 건 안전을 위해서다. 타자도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며 신체의 취약부분인 머리를 보호하는 추세다. 잘못 맞으면 선수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1,3루 주루코치도 헬멧을 쓴다. 지난 2007년 두산에서 뛰었던 마이크 쿨바가 마이너리그 경기중 1루 코치박스에서 타자의 파울타구에 맞고 사망한 뒤 주루코치의 헬멧착용이 의무화됐다.
그런데 타자의 직선타로부터 최단거리의 투수는 글러브 하나에 의지하고 있다. 가장 잘 맞은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날아간다는 건 야구 상식이다. 게다가 그 타구는 시속 200km에 육박한다. 순간적으로 피하거나 잡기가 쉽지 않다. 마운드 위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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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에선 뉴욕메츠 등에서 구원투수로 뛴 알렉스 토레스가 유일하게 투수보호용 모자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두툼한 패딩형태로 머리를 보호했다.
그런데 2013년 탬파베이의 알렉스 콥이 타구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치는 등 그해에만 십여명의 투수가 직선타에 노출되자 투수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ML사무국은 탄소섬유재질의 평균두께 1.8cm에 무게 300g의 투수용 헬멧을 제작했다. 토레스가 착용한 모자에 비해 디자인이 심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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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사무국은 2016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맞춰 관심을 보인 투수 20여명에게 이 장비를 제공했다. 그러나 투박한 외관과 미세한 투구밸런스 때문에 실효를 거두진 못했다. 아직까진 투수가 타자처럼 헬멧이나 헤드기어를 쓰고 투구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포수나 타자도 처음부터 헬멧을 쓰지 않았다. 야구초창기엔 지금처럼 딱딱한 야구공이 아닌 탓도 있었지만, 나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선수들이 보호장비를 하지 않았다. 포수 마스크의 원조격인 하키 골키퍼도 20세기 중반까지 보호장구 없이 빙판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은 보호장비가 일반화 됐다. 야구에서도 투수의 구속이 올라가고 타자가 친 타구가 강해지면서 포수는 완전무장을 한다. 타자의 검투사 헬멧도 이젠 낯설지 않다. 투수도 계속 안전모자를 쓰다보면 익숙해지겠지만, 아직까진 요원해 보인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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