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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9회말 2아웃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완벽한 공을 구사하며 공 8개로 두 타자를 삼진처리했던 투수가 승리까지 스트라이크 하나만 남겨놓고 순식간에 무너졌다. 연달아 볼만 11개를 던지며 3연속 볼넷을 범한 후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 숙였다. 아무리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해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이 펼쳐진 지난 27일 LG와 키움의 고척돔 경기였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2)이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 14일 잠실 청백전부터 지난 27일 고척 키움전까지 4경기 중 3경기서 뼈아픈 실점을 했다. 14일 청백전에서는 3년차 신예 이재원에게 홈런을 맞았고 지난 24일 잠실 SK전에서도 2년차 김창평에게 결승 홈런포를 허용했다. 그리고 27일 이정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지독한 악몽을 반복해 꾸고 있다.
이유 없는 부진은 없다. 고우석은 2아웃 후 박동원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릴리스 포인트를 잃었다. 초구 커브가 볼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장기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릴리스 포인트가 모호해졌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커브를 구사한 게 결과적으로 독이 되고 말았다. 패스트볼, 슬라이더보다 타점이 높고 뒤에서 릴리스하는 커브를 원바운드로 던진게 화근이 됐다. 이어 패스트볼은 제대로 채지 못해 타자 머리 높이로 날아갔고, 슬라이더는 속칭 패대기가 됐다. 결국 3연속타자 볼넷을 내준 뒤 이정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릴리스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당시 고우석의 공을 받은 베테랑 포수 이성우는 “나름 오래 야구를 해왔는데 참 야구가 어렵다”며 “일단 우석이 구위는 전혀 문제가 없다. 구위는 순조롭게 올라오고 있고 이날은 베스트에 가까웠다. 우석에게 많은 공부가 된 경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야를 넓게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덧붙여 이성우가 왜 ‘공부’를 언급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올해 고우석은 스프링캠프 출국 시점부터 세 번째 구종을 강조했다. 커브를 연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에도 이따금씩 커브를 구사해 큰 효과를 봤다. 트랙맨을 통해 측정된 고우석의 커브는 분당회전수(RPM) 2600 이상으로 수준급이다. 손쉽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커브까지 점검하려 했던 것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악몽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커브를 일찌감치 포기할 수는 없다. 이성우는 “우석이 스스로 커브의 필요성을 잘 안다. 나를 비롯한 포수들과도 커브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이 아닌 준비과정에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보완할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에서 다행이다. 더욱이 고우석은 지난달 17일 이천 청백전 도중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낀 후 한 달 가량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감각이 떨어진 상황이라 교류전에서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의 릴리스 포인트를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만일 고우석이 5월 5일 개막전부터 굳건히 뒷문을 지키고 세이브를 기록한다면 최근 부진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된다. 이성우는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우석이가 키움과 경기를 잘 돌아본다면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본다”며 “아직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다. 시즌에 앞서 실점없이 깔끔한 경기를 한다면 자신감을 갖고 개막에 들어갈 수 있다. 좋아질 여지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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