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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픽사베이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지속과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재고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305%)가 떨어지면서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형성했다. 이는 1983년 NYMEX가 원유를 거래한 이후 37 만의 최저 가격이다. 생산업체가 원유를 팔면서 돈을 얹어줘야 하는 상황으로 수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은 많은 상황에서 선물 만기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선물 투자자들은 WTI 만기일(21일)이 임박한 시점에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사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5월물 거래는 약 12만6000건에 불과했지만 6월물 거래는 80만건에 달했다. 이에 5월물 재고가 넘쳐나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왜곡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21일부터 거래되는 6월물 WTI의 가격은 21달러 수준이다.

유가 폭락은 뉴욕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92.05포인트(2.44%) 내린 2만3650.4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1.40포인트(1.79%) 감소한 2823.16에, 나스닥지수는 89.41포인트(1.03%) 하락한 8560.73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또한 국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21일 오전 3시9분쯤 WTI 가격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서 키움증권 HTS에서 관련 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의 거래가 중단됐다. HTS가 마이너스 가격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매매가 중단된 것이다. 이후 3시 30분쯤 강제 청산이 이뤄졌으나 제 때 청산 주문을 넣지 못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일부 지역의 경유 가격이 ℓ당 1000원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21일 부산지역 일부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ℓ당 974원을 기록했다. 부산지역 평균 경유 가격은 1078.61원이다. 이 지역 평균 휘발유값은 1267.42원으로 전국 평균인 1304.27원보다 34.85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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