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손흥민
20일 기초군사훈련 이수를 위해 해병대 제9여단이 있는 모슬포(왼쪽 노란색 원)에 뜬 토트넘 손흥민. 이주상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예상대로 짧게 깎은 머리를 한 손흥민(28·토트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기초군사훈련 소화를 위해 20일 오후 제주도 모슬포에 있는 해병 제9여단 91대대 훈련소에 입소했다. 내달 8일 퇴소까지 훈련병 신분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손흥민의 입소를 앞두고 그의 소속사 측은 코로나19 여파를 우려해 팬과 취재진의 현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이날 20여 명 안팎의 취재진과 제주 지역민을 포함해 수많은 팬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흥민 측은 이런 현상을 우려해 일찌감치 훈련소와 사전 연락을 통해 내부까지 자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손흥민은 이날 외부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곧바로 훈련소에 들어갔다.

손흥민의 모슬포행이 일찌감치 알려지면서 현지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이 지속됐다. ‘월드스타’가 모슬포에 방문한다는 것에 들뜬 분위기도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컸던 만큼 안전 대책 등에 민감한 분위기였다. 모슬포에 있는 해병대 제9여단 예비군대 한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안전 대책을 강구했다. 다만 코로나 시국이어서”라며 “모슬포는 제주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청정 지역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몰리면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제주지방병무청서부터 손흥민 입소 정보를 외부에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등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행보가 이어졌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손흥민은 입소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 멤버로 병역 특례혜택 대상이 된 그는 기초군사훈련을 소화한 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34개월 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 544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면 소집 해제가 된다.

손흥민이 훈련받는 모슬포 내 제주구 해병훈련시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건립했으나 광복 이후 제주도에 창설된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로 사용된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많은 장병이 훈련한 대표적인 상징물로 지난 2008년 10월1일 등록문화재 제410호로 지정됐다. 커다란 관심만큼이나 손흥민은 역사적인 현장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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