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배우 하정우.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배우 하정우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사생활정보를 탈취 후 15억원을 요구하는 해커를 상대로 장장 18일간 영화를 뺨치게 하는 ‘밀당’으로 수사기관과 공조수사를 펼친 전말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디스패치는 20일 지난해 12월 하정우와 해커 사이에 벌어진 SNS 협박전을 보도했다. 개인정보를 빌미로 무려 15억원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은 하정우는 경찰에 이를 신고했고, 하정우의 도움으로 경찰은 지난 7일 해커 일당 검거에 성공했다.

하정우를 비롯해 배우 주진모 등이 휴대폰 개인정보를 탈취 당해 해커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정도로 알려진 사건에는 하정우의 ‘미친 활약’이 있었던 것.

보도에 따르면 하정우는 지난해 12월2일 해커로부터 개인정보가 담긴 해킹내용과 함께 협박이 시작된 뒤 자신이 주연한 영화 ‘백두산’의 개봉일인 12월19일까지 협상을 할듯 말듯한 태도로 해커의 연락을 이끌어냈다.

해커의 연락을 받은 지 사흘만에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휴대폰을 수사대에 맡겨 분석했지만, 이후 경찰에게 충분한 수사를 할 시간을 벌어주고 범인을 특정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꺼이 해커를 상대했다.

그 사이 하정우의 문자메시지는 정중한 경어체에서 반말로 바뀌었고, “하루 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오돌뼈처럼 살고 있는데” “배밭이랑 무밭을 다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등 해커를 조롱하는데 이르러 웃음을 줬다.

한국말이 서툰 것으로 보여지는 해커 ‘고호(가명)’는 하정우가 당당하게 나오자 스스로 협박금액을 3억원 낮춰 12억원을 제시했지만 하정우는 요지부동이었다.

해커는 “형님 휴식하시고 편할 때 톡주세요” “형님 (현금 대신) 코인이 더 편합니다”라며 저자세가 되어갔다.

경찰의 수사가 진척을 이루고 난 뒤에도 해커의 연락은 이어졌고 하정우는 “네가 돈을 받고 행복하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고호는 “열심히 살아야죠”라며 하정우의 빠른 선택을 기다렸다.

하정우가 끝내 날짜를 확정하지 않자 “형님 19일까지 기다려 봅시다. 저도 반 이상 포기했습니다”라고 말했고, 하정우는 “힘내. 너 포기하고 (내 정보) 뿌리면 난 그 돈으로 너 찾는데 써야 하잖아”라고 해커를 위로하기도 한다.

자꾸 날짜를 다그치는 해커에게 “협박에도 상도가 있거늘”이라며 꾸중을 하기도 한다.

한편 하정우의 신고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지난 7일 주진모 등 연예인 8명을 협박해 총 6억1000만원을 갈취한 해커 일당을 검거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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