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 역대 베스트11에 선정된 구자철.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는 모습. 김도훈기자

구자철 팬투표
캡처 | 아우크스부르크 영문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유럽 생존 갈림길 앞에서 만난 ‘은인의 팀’에서 레전드로 거듭났다.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뛰는 구자철(31·알 가라파)이 친정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가 선정한 ‘드림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최근 영문 트위터를 통해 구단이 배출한 역대 최고 선수 팬 투표를 진행했다.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구자철은 오른쪽 미드필더에 당당히 선정됐다. 조나탕 슈미트와 다니엘 바이어가 구자철과 나란히 2선에 포진한 가운데 최전방엔 토비아스 베르너~알프레드 핀보가손~마르코 리히터가, 수비진엔 필립 막스~제프리 하우레우~라그나르 클라반~폴 베르헤흐가 각각 선정됐다. 골키퍼엔 마르빈 히츠가 뽑혔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 구자철이다.

구자철의 베스트11 입성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구자철은 K리그 제주 시절인 지난 2011년 겨울 아시안컵 득점왕을 차지하며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입단으로 유럽 진출 꿈을 이뤘다. 하지만 볼프스부르크에서 적응에 실패하며 방황의 세월을 보냈는데 2012년 2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 제의를 했다. 분데스리가 명문에서 낯선 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절치부심 2013년 여름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하기 전 1년 6개월 동안 임대 신분으로 리그 36경기 8골을 넣으며 부활했다. 이때 활약을 바탕으로 마인츠로 이적해 3시즌을 뛴 그는 2015~2016시즌 앞두고 다시 아우크스부르크와 인연이 돼 완전히 이적했다. 이후 지난해 여름까지 4시즌간 주력 미드필더로 뛴 그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만 통산 155경기 23골을 기록했다.

특히 구자철이 뛰는 기간 아우크스부르크는 국내 팬으로부터 ‘국민구단’ 애칭을 떠안았다. 팀 내에서 구자철이 신임을 얻으면서 또 다른 한국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겨울 도르트문트에서 자리 잡지 못한 지동원을 임대로 데려와 구자철과 ‘지-구 특공대’ 콤비를 이루게 했다. 여기에 제주에서 뛰던 홍정호도 아우크스부르크를 통해 국내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빅리그에 진출했다. 세 명 모두 아우크스부르크의 1부 잔류에 힘을 보탰고, 국내 팬의 큰 관심을 얻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인천 대건고 출신 천성훈이 몸담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해 구자철에게 3년 재계약을 내밀었다. 하지만 선수 황혼기 새 도전을 원한 구자철은 카타르로 적을 옮겼는데, 아우크스부르크와 팬은 이번 베스트11 선정을 통해 구자철의 존재를 여전히 잊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구자철에게 아우크스부르크는 한국인 분데스리거로 족적을 남기고 국가대표 핵심 선수로 뛰는 데 결정적인 배경이 된 팀이다. 비록 지난해 이별했지만 이번에 구단과 팬이 선정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면서 축구 인생 가장 귀중한 팀이었음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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