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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KBO리그는 2020시즌 종료 후 ‘FA 등급제’를 시행한다. 연봉 기준으로 선수들을 등급별로 나누고 보상 제도를 완화해 선수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이적을 꾀하겠다는게 골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FA 등급제 시행도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졌다.
FA 등급제는 최근 3년간 선수들의 평균 연봉 및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A~C등급) 이에 따른 보상도 등급 별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KBO와 10개 구단은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어 FA 등급제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2020시즌 종료 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선수들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연봉이다. 그런데 올시즌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개막이 연기됐고, 개막이 5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시즌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선수들의 연봉 지급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메이저리그(ML)가 표준계약서에 국가비상사태로 인해 경기가 열리지 않을 시에 구단이 연봉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선수들의 연봉 삭감에 뜻을 모았지만 ML와 달리 KBO 규약엔 이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일정취소 내용은 있지만 이에 따른 선수 연봉에 관한 조치는 명시돼 있지 않다. KBO 규약 제9장 73조 연봉의 증액 및 감액을 보면 부상과 질병 또는 사고 등 선수에게 귀책 사유가 있을 땐 연봉을 감액할 수 있지만 천재지변 등 외부요소로 경기가 열리지 않을 경우 연봉을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선수들의 귀책 사유가 아닌만큼 현 규약대로라면 선수들의 연봉을 깎을 법적 근거는 없다. 몇몇 구단이 법리적 해석 문의 결과 연봉 삭감은 법적 분쟁 여지가 높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일단 올해 연봉은 정상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내년이다. 시즌 축소가 현실화되면 구단은 선수들의 고과 산정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개막 연기로 수익 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구단 입장에선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내년 시즌 연봉 협상 테이블에 한파가 불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과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결국 갈등이 불거지면 연봉을 기준으로 시행되는 FA 등급제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다. 올해 연봉이 정상지급된다고 손 놓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빠른 시일 내 KBO 주도로 규약 개정을 검토해야하는 이유다. 올해 같은 상황이 또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비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구단도 선수도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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